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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돼지 베이브의 좌충우돌 모험담, <꼬마돼지 베이브2>
황혜림 2000-02-15

‘도시로 간 돼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꼬마돼지 베이브2>는 원제 그대로 도시 한복판에 떨어진 꼬마돼지 베이브의 좌충우돌 모험담이다. 돼지고기로 식탁에 오르는 숙명(?)을 벗어나 양치기 돼지로 색다른 존재가치를 발견해가는 전편을 전제로 하되, 재탕에 그치기 쉬운 속편의 우를 피해가려 고심한 산물이랄까. 농장에서 도시로 무대를 옮긴 속편은 순박한 시골뜨기의 수난기에 가깝다. 양치기는 물론 돼지도 드문 살풍경한 도시에 간 베이브, 도시 사람들은 물론 도시 동물들도 인정사정 봐주지 않는다.

수난기의 시작은 공항. 마약 단속견이 짖는 바람에 붙잡힌 베이브 일행은 비행기를 놓치고 만다. 졸지에 도시의 미아가 된 베이브와 하겟 부인은 정신없이 돌아가는 중심가, 동물 사절인 대부분의 숙소를 지나 겨우 허름한 호텔에 안착한다. 동물에 후한 여주인 덕에 쉴 곳은 찾았지만 앞일은 막막하다. 어릿광대 주인을 둔 오랑우탄과 침팬지, 떠돌이 개와 고양이 등 각박한 도시생활에 찌든 동물들과 친해지는 것도 베이브에겐 쉽지 않은 일. 도시 물정 모르는 베이브는 동물들의 비웃음을 사고, 죽어라 쫓기기도 하고, 사람에게 이용당한다.

하지만 전편에서 위협 대신 설득으로 양떼를 몰던 베이브의 선량함은, 비정한 도시에서도 훈훈한 미담을 피워낸다. 주인들이 없는 사이 먹이를 찾으러 나간 베이브는 자신을 뒤쫓다가 익사 위기에 처한 도베르만을 구해주고, 고생해서 얻은 먹이를 다른 동물들과 나눠 먹는다. 동물감호소에 끌려간 친구들을 구하기까지 험난한 베이브의 도시 기행은, 인간세상 속 동물들의 애환(?)과 함께 강퍅한 세상살이에 대한 풍자를 녹인 우화이기도 하다.

전편을 제작했던 호주 감독 조지 밀러가 연출, 공동각본까지 맡은 속편은 좀더 어둡고 수선스러워졌다. 밀러의 대표작 <매드 맥스> 시리즈를 연상시키는 음울하고 비정한 세계와 늘어난 동물 캐릭터들의 스펙터클이 만난 결과다. 동물들의 깜찍한 연기는 전편보다 새로울 게 없지만,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 파리의 에펠탑,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 등을 모방한 도시 풍경은 색다른 매력을 주는 장치. 하겟 부인, 에디트 피아프의 노래를 부르는 생쥐 코러스처럼 전편에서 재활용한 것까지 포함해, 전편 못지 않은 재미를 누릴 수 있는 속편. 아동용 영화로는 좀 무거운 탓인지 미국 현지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그냥 지나치기 아쉬운, 착한 동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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