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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본가 어네스트 레만·감독 알베르토 라투아다 별세
김도훈 2005-07-14

영화 역사의 두 장이 지다

알베르토 라투아다

어네스트 레만

지난주에는 영화사의 오래된 증인 두 사람이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동시에 눈을 감았다.

먼저 할리우드 황금기를 거쳐온 각본가의 죽음. 캐리 그랜트를 러시모어산에 매달고, 줄리 앤드루스와 아이들을 오스트리아의 노래하는 천사로 만들었던 각본가 어네스트 레만이 지난 7월5일 사망했다. 향년 89살. 사인은 갑작스레 찾아온 심장마비였다. 어네스트 레만은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사운드 오브 뮤직>으로 3번의 오스카를 수상한 경력이 있으며,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하랴>처럼 연극을 각색하는 데도 뛰어난 재능이 있었다. 한 극작가는 “그는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할리우드 황금기의 위대한 작가였으며, 그가 각본 속에 삽입했던 유일한 특수효과는 인간 그 자체였다”며 고인의 삶을 회고했다.

그리고 이탈리아영화의 역사를 만들어온 감독의 죽음.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 계열의 감독 알베르토 라투아다가 지난 7월4일 향년 90살로 사망했다. 주요 작품으로는 페데리코 펠리니와 공동감독했던 <바리에테의 등불>(Luci del Variet), 안나 마냐니의 아름다운 모습과 니노 로타의 음악으로 유명한 <일 밴디토>(Il Bandito), 이탈리아 상류사회의 위선을 까발리는 <라 스피아지아>(La Spiaggia) 등이 있다. 그는 젊은 시절부터 파시스트가 잠식한 이탈리아에서 반파시스트 운동에 참여했고, 영화감독이 되고나서도 작품들을 통해 인종차별, 실업과 노동문제 등 이탈리아사회의 현실을 집요하게 탐구했다.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과 할리우드 황금기의 극영화. 어네스트 레만과 알베르토 라투아다가 기억하는 영화의 역사는 다르겠지만, 그들이 각자의 대지에서 건네준 ‘인간의 이야기’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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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GAMM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