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잃은 여성과 두 남자의 사랑 사고 둘러싼 비리 추적 긴장 자아내
오랜만에 정극이다. ‘사랑과 야망’이 날 것으로 드러난다. 무언가 진중하고 무거운 것이 느껴진다. 끈끈하고 뜨거운 멜로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복수극이 씨줄날줄로 얽힌다. 4일 시작하는 MBC 월화드라마 <변호사들>(정성주 극본, 이태곤 연출)이다.
김주희(정혜영)는 의사인 부모가 돌봐온 고아원의 원생 윤석기(김성수)와 사랑하는 사이였다. 석기가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주희 부모에게 둘의 관계를 알리는 등 마냥 행복한 나날을 보내다 어느날, 주희의 부모가 미스터리한 교통사고로 숨지고 주희의 동생은 장애를 얻는다. 석기는 갑자기 이별을 고하고 주희 곁을 떠난다. 주희 부모와 아는 사이인 변호사 서정호(김상경)의 아내 덕에 주희는 ‘로펌’에 취직하고, 열심히 동생수술비만 모은다. 비자금 사건을 수사하다 검사를 그만 둔 정호는 그 실체를 계속 파헤치다, 3년만에 귀국한 석기와 조우한다. 석기는 미국의 거대 로펌에서 일한 뒤 한국인의 비자금 관리를 하려고 들어왔다. 정호는 아내와 이혼한 뒤 주희와 사랑하게 되고, 석기 또한 간혹 옛사랑을 떠올린다.
극의 중심에는 주희를 가운데 둔 정호와 석기의 삼각 사랑이 자리하고 있다. 변호사라는 특정 직업의 여러 특징들은 배경 무대를 만든다. ‘자본의 하수인’으로 전락한 현실과 ‘정의와 인권의 사수자’여야 하는 이상 사이의 딜레마로 시선을 끈다. 딜레마에 삼각 관계가 덧씌워지며 흥미가 증폭된다. 여기에 애초 사건의 발단이기도 한 주희 부모의 죽음을 둘러싼 음험한 비리의 실체를 파헤쳐 가는 과정은 추리극이 주는 긴장감도 자아낸다.
그러나 결국 이 과정을 거쳐 말하고자 하는 것은 ‘사랑’이라는 것이 이태곤 피디의 말이다. “<변호사들> 역시 멜로 드라마입니다. 변호사라는 직업은 드라마를 끌어가고 풀어내기 위한 장치일 뿐이죠. 결국은 주희와 정호, 석기의 러브스토리인 거죠.” 그렇다면, 이 피디의 지난해 작품 <12월의 열대야>가 보여준 ‘치명적인 사랑’을 다시 기대해도 될 듯하다. <12월의 열대야>는 한번 빠져들면 다시 헤어나올 수 없으며 죽어서까지 이뤄내는 사랑을 그려내, 40~50대 여성들을 중심으로 많은 이들의 가슴에 아련한 파문을 일으켰다.
최근 영화 <극장전>에 나온 김상경, 지난해 <불새>에서 뛰어난 연기를 보여준 정혜영, 드라마 <유리화> 영화 <분홍신>을 비롯해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는 김성수 등이 주인공으로 나온다. 이와 함께 한고은은 관능적인 로펌의 여비서 양하영으로 연기 변신을 시도한다. 추상미는 냉철한 변호사 송이령으로, 개그맨 이휘재는 ‘날날이 초짜 변호사’로 나와 코믹한 연기를 선사한다. 뮤직비디오에 주로 출연해온 제롬은 재미동포 2세 갱으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