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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 vs DVD] 레니 리펜슈탈에 관한 오해 혹은 진실
ibuti 2005-07-01

<성스러운 산> vs <의지의 승리> vs <수중의 인상>

무용수였던 레니 리펜슈탈의 삶은 아르놀트 팡크와 아돌프 히틀러에 의해 바뀌게 된다. 팡크의 <운명의 산>에 매혹되면서 1920년대 독일 산악영화와 인연을 맺은 레니 리펜슈탈. 그녀는 히틀러의 연설에 감명받아 그에게 편지를 쓰고, 얼마 뒤엔 <의지의 승리>를 연출한다. 팡크의 <성스러운 산>과 G. W. 파브스트의 <피츠 팔루>에서 산악을 오르내리며 인간과 멀어지고, 자신의 데뷔작 <푸른 빛>에선 신비한 야생의 소녀를 연기한 리펜슈탈의 운명은 시작부터 그레타 가르보, 마를렌 디트리히와 궤도를 달리했다. ‘아름답고 강인한 자연만이 훌륭한 것’이란 산악영화의 주제는 리펜슈탈 영화 전체의 비극을 잉태한 것이었다.

파시즘과 결합한 <의지의 승리> <올림피아> 이후 리펜슈탈 영화의 자연복귀와 반인간적인 색채는 에코파시즘의 전형을 보여준다. 리펜슈탈은 인터뷰에서 선전물이 아니라 예술작품인 <의지의 승리> 때문에 자신이 죄의식을 느낄 이유는 없으며, 자신을 정치적인 인물로 평가하지 말라고 말했다. 그리고 비정치성을 증명이라도 하듯, 아프리카의 오지로 떠나 누바족(그녀는 아프리카인 중 게르만족과 유사한 체격의 누바족에게만 애정을 쏟았다)을 필름에 담는가 하면 1970년대부터는 아예 심해로 들어간 그녀였다. 레이 뮐러의 <아프리카의 꿈>(2000)에는 마흔 연하의 동반자와 아프리카를 다시 찾은 리펜슈탈이 나온다. 그녀의 곁에서 거대한 성기를 드러내고 웃던 누바족은 평범한 부족으로 바뀌었지만, 그녀는 아프리카의 사회적 변화엔 여전히 관심이 없는 모습이다. 그리고 (<성스러운 산>이 70년 전에 예언한 것처럼) 아흔이 넘어서도 심해에서 영화 만들기를 두려워하지 않던 그녀는 <수중의 인상>을 유작으로 남긴다. 인상파 그림을 사랑한 그녀는 신비하고 아름다운 바다밑 정경에 대한 인상을 40분간 지루할 정도로 보여준다. 자연으로 돌아간 그녀에게 이제 그만 면죄부를 발부하자는 말이 나올 법도 하다.

그러나 우리는 나치즘, 인종주의, 야만적 정치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독일의 생태론을 기억한다. 인간, 이성, 사회와 멀어진 채 순박한 자연주의자의 표정을 짓고 있는 그녀가 타고난 파시스트일 거라고 추측하는 것은 그런 탓이다. 그녀가 나치의 망령을 그토록 오래 부여안고 살았던 건 당연한 업보였을지도 모른다. <성스러운 산>의 영국판 DVD엔 리펜슈탈에 관한 뛰어난 다큐멘터리인 <이미지의 권력>이 부록으로 들어 있다. <수중의 인상>은 리펜슈탈의 간략한 설명 뒤에 조지오 모로더의 음악으로만 진행되며, 다양한 생물 이름이 자막으로 제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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