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빠져보실랍니까아~? 자! 빠져 봅시다!”
많은 이들이 빠져들었던 ‘안어벙’의 미소를 당분간 텔레비전에서 볼 수 없게 됐다. 70년대 구식 양복을 입고 ‘2대8’ 가리마를 한 엉터리 홈쇼핑 쇼 호스트는 잊어야 할 듯싶다. 개그맨 안상태(27)씨가 26일 방송을 마지막으로 <개그콘서트>를 떠났기 때문이다. 다음해 방송 복귀를 기약하며, 그는 다음달부터 석 달여간 서울 대학로에서 공연을 펼친다.
“아직 실감이 나지 않아요. 끝났는데도 다음주에 또 동료들과 아이디어 회의를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에요.” 지난 22일 ‘마데 홈쇼핑’ 마지막 녹화 때 그의 표정은 시원섭섭해 보였다. 눈가는 촉촉이 젖었지만 특유의 장난스러운 표정은 천상 개그맨의 것이었다.
7월부터 대학로에서 3달 동안 공연 뜨기 전 길거리 공연하던 초심 복귀 “인기에 안주해 반복하면 미래 없어” 새 아이디어로 내년 방송 복귀 기약”
“안어벙 말고 안상태의 매력에 빠져봅시다.” 녹화에 들어가서는 <개그콘서트> 무대를 떠나는 아쉬움을 이렇게 표현했다. 이제 ‘안어벙’이 아닌 ‘안상태’ 본연의 모습으로 더욱 당당히 팬들에게 사랑받고 싶은 솔직함이었다.
그는 한국방송 19기 공채 개그맨으로 들어오기 전, 4년여 동안 길거리 공연을 했다. 대학로 거리 곳곳을 비롯해, 지하철, 경찰서, 공원, 찻집…. 가리는 곳 없이 열정을 바쳤고, 소극장에서도 하루에 8차례까지 공연에 나설 정도로 강행군을 마다지 않았다.
“무대에서 공연을 하면, 공연을 보려는 마음가짐을 가진 사람들 앞이라 어려움이 덜 하지만, 길거리에선 준비가 전혀 되지 않은 사람들의 시선을 온전히 내 끼와 노력만으로 사로 잡아야 하는 거라 집중력이 훨씬 중요하고 높아야 했죠.”
옛 시절을 회상하는 모습에선 그 시절 치기 어린 즐거움이 살아나는 듯, 눈빛도 반짝인다. 그는 길거리 공연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털어놨다. “지금 재미있고 사람들이 좋아해준다고 같은 걸 계속하면 절대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낼 수 없어요. 길거리 공연을 하며 ‘한번 웃긴 것은 버려야 한다’는 걸 배웠죠.”
이젠 거리 공연을 하던 시절과 한참이나 달라졌지만, 아직까지 그때의 마음가짐을 잃지 않은 덕에 다시 대학로로 나섰다는 말이다. 그러나 발걸음이 가볍기만 할 리 없다.
날로 치열해지는 연예계 생존 경쟁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란, 겪어보지 않은 이들에겐 상상조차 어려울 만큼 힘겨운 일이기 때문이다. 한참 주가를 올리는 터에 과감히 자리를 박차고 떠나기가 생각만큼 쉬운 일이겠는가. 그러나 안씨는 결연하다. “안어벙은 이제 나의 한 부분으로 소중히 간직하고 앞으론 더욱 다양한 캐릭터를 들고 나올 겁니다. 고향이나 다름없는 대학로에서 공연하며 새로운 아이디어도 얻고 기운도 차려 다시 시작할 겁니다.”
그는 다음달 7일부터 대학로 탑아트홀에서 열리는 <안어벙의 깜짝 콘서트>의 주인공으로 선다. 혼자서 여러 인물을 소화할 예정이다. 바보스러우면서 동시에 아이의 천진함과, 아저씨의 능청스러움과 여성스러움까지 빠지지 않는 복합적 캐릭터가 ‘안어벙’이었던 까닭에, 변신 연기 또한 낯설진 않을 듯하다. 그는 1인 다역의 개그와 함께 노래와 춤, 마술 실력도 펼쳐 보일 계획이다. 최근 영화 <야수와 미녀>에 출연한 그는 “기회가 되면 영화뿐 아니라, 시트콤에도 출연하고 싶다”는 바람을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