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과 골리앗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 리얼판타스틱영화제와 부천판타스틱영화제의 예산은 2억원 vs 23억4천7백만원. 출품작은 60여편 vs 172편. 7월14일부터 23일까지 같은 기간에 열리는 두개의 판타스틱 영화제는 그러나 예상과 달리 더 많이 쥔 쪽이 울상이었다. 짧은 준비 기간 탓에 애초 한국영화를 폐막작으로 선정하려 했던 계획이 무산됐지만 리얼판타스틱영화제2005 쪽은 6월21일 기자회견에서 작은 축제를 만들고 있다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영화계 안팎의 응원이 무엇보다 큰 힘이 된 듯했다. 김홍준 운영위원회 대표는 “(이 영화제가) 지지를 끌어내지 못한다면 우리들의 책임이다”라며 행사 추진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운영위원회에 따르면, 박찬욱, 김혜수 등 영화인을 비롯 관객들의 자발적 후원금으로 1500만원을 한달만에 모았을 정도로 호응이 크다.
반면, 같은 날 9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쪽은 올해부터 “매니아 위주였던 영화제에서 탈피해 대중적인 영화제로 거듭나겠다”면서 영화제 기간에 시민걷기대회, 전통민속문화 한마당, 수요예술무대를 비롯한 콘서트 등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날 자리는 전 부천영화제의 스탭이 이끄는 리얼판타스틱영화제 쪽을 상당히 경계하는 분위기였다. 경쟁부문에 출품의사를 밝혔던 일부 영화들이 결국 출품 의사를 철회하거나 리얼판타스틱영화제 쪽에서 상영되는 것과 관련, 정초신 수석 프로그래머는 “(리얼판타스틱영화제에 의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국제푸드페스티벌로 바뀐다는 이메일 20만통이 각국에 보내졌다”“상영작 리스트를 밝히는 순간 집중사격을 받는 것 아닌가 우려된다”면서 방해공작 설을 제기했다. 이에 앞서 김홍준 운영위원회 대표는 비슷한 질의를 받고 “(영화제 상영작은) 돈 주고 사올 수 없는 것이며 초청 의사와 출품 의사가 만나야 가능한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다윗과 골리앗의 ‘판타스틱한’ 대결은 이제 초읽기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