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업체들의 충무로 입성이 가시권 안으로 들어왔다. SK텔레콤이 싸이더스HQ의 모기업인 IHQ의 2대 주주가 됐고 500억원 이상의 영상펀드를 추진 중인 데 이어, 최근에는 경쟁업체인 KT와 KTF가 싸이더스픽쳐스의 지분 인수를 추진한다는 사실이 일부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KT와 싸이더스의 결합은 충무로에서는 정설로 알려져 있었으나, 성사 여부를 두고는 조심스런 관측이 많았다. 현재, KT와 싸이더스 양쪽이 모두 “현재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 가운데, 주변에서는 KT쪽의 싸이더스에 대한 실사가 마무리 단계이며, 주가 산정 등의 작업을 거쳐 7월 중순쯤이면 인수작업이 마무리될 것으로 알려진다. 인수금액은 300억∼400억원 선이며, KT와 KTF쪽으로 인수되는 싸이더스픽쳐스의 지분은 51%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이 거래가 성사된다면 싸이더스는 투자·배급사로 체제를 전환할 공산이 크다. 이미 합병한 좋은영화와 가까운 제작사와 협력관계를 통해 한해에 10여편의 한국영화를 생산해내 충무로의 주요 세력으로 부상하게 된다.
이처럼 이동통신사들이 영화계에 관심을 두는 것은 두 가지 이유로 분석된다. 첫째, 신규 가입자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러 성장의 추진력이 필요한데다, 둘째로 DMB로 대표되는 새로운 미디어 환경 속에서 시장을 선점하는 게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동통신업체들이 스스로를 정보통신기업에서 미디어기업으로 전환하는 것 또한 같은 맥락이다. 결국 미디어 분야로 진출하려는 이동통신업체로서는 고객을 붙잡을 수 있는 강력한 콘텐츠가 가장 시급한 상황인 것이다.
영화계의 사정 또한 절묘하게 맞물려 들어가고 있다. CJ엔터테인먼트와 쇼박스, 롯데 등 멀티플렉스를 가진 대기업의 주도체제로 돌입하고 영상투자조합도 부진해 충무로의 유동자본이 일부에 편중되는 상황에서 이동통신이 가진 새로운 자본이 매력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한 중소 투자·배급업체 관계자는 “멀티플렉스를 확보하지 못한 우리로서는 이들의 진출이 새로운 기회”라고 밝힌다.
이동통신업체의 진출에 대해 충무로 모두가 환영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기존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는 메이저 업체들은 긴장하는 눈치다. 이들은 통신업체의 막강한 자본력으로 인한 과열경쟁과 DMB라는 윈도가 가뜩이나 취약한 부가판권 시장, 나아가 극장 시장을 잠식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 충무로 인사는 “멀티플렉스라는 윈도에 DMB 등 새로운 미디어가 도전장을 낸 형국”이라고 분석한 뒤, “이는 한국 영화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꿔놓을 수도 있는 중요한 변수”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