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 상업영화의 틀에서 비껴나 독립적으로 작품을 만드는 자신의 취향과도 관련 있겠지만, 이와이 순지 영화의 주인공 중엔 아웃사이더들이 많다. 엔타운 안팎에서 비루한 삶을 살아가는 <스왈로우테일 버터플라이>의 유랑자들이나 이지메를 당하면서(또는 하면서도) 괴로움의 나날을 보내는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의 아이들, 그리고 <피크닉>의 세 주인공들이 그렇다. 코코, 쯔무지, 사토루, 세상과 격리된 정신병원에서 환자로 서로를 알게 된 이 삼총사는 이상하게도 처음 만난 순간부터 가까워진다. 지구가 멸망한다고 오해한 이들은 그 광경을 보기 위해 정신병원을 나와 ‘피크닉’을 떠난다. 바깥 세상으로 탈출했지만, 이들은 자신에게 부여된 한 가지 족쇄만큼은 벗어내지 못한다. 그것은 담장 아래로는 내려갈 수 없다는 것이다. 담장과 다리 난간과 건물의 턱을 따라갈 수밖에 없는 이들은 천생 경계인, 즉 아웃사이더들인 것이다.
이 아웃사이더 중에서도 진짜 아웃사이더는 단연 코코다. 부모에게서 버림받고 정신병원에 입원한 코코는 병원의 흰옷을 거부하고 까마귀 털로 옷을 해입는 ‘검은 날개의 천사’다. 코코는 병원 담장 위를 어슬렁거리곤 하는 쯔무지와 사토루에게 이 담장이 바깥 세상으로도 이어져 있음을 새삼 깨닫게 해주는 자유의 메신저이며, 세상의 죄를 씻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구원자다.
경쾌한 냉소와 처절한 허무가 버무려진 <피크닉>은 짜릿한 쾌감을 주는 영화다. 자신의 죄를 씻기 위해 지구의 멸망을 바라는, 태양이 폭발하기를 바라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세기말 청춘들의 마음 안에서 불고 있는 돌풍과 기성 세대와 주류사회에 대한 ‘엿 먹어라’라는 외침을 제대로 질러댄다. 이와이 순지 특유의 감각적인 뮤직비디오 스타일 영상 또한 영화에 속도감을 더한다. 여기에는 코코 역을 맡은 차라의 자유분방함 또한 큰 몫을 한다. <스왈로우테일…>에서도 그렇지만 어떤 틀에도 갇히지 않을 것 같은 차라의 마력은 주위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