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가 유독 눈독 들이는 ‘남의 나라에서 보물찾기’ 시리즈, 여름을 겨냥한 2005년판이다. 광활한 자연과 그 속의 악당들과 무모한 싸움을 벌이며 악당도 물리치고 보물도 찾는 이야기. <사하라> 역시 그런 영화들의 맥을 잇는다. 약간의 변화를 찾아보자면, 이 영화에는 남자 주인공들을 유혹하는 치명적인 악녀가 없다는 것, 그리고 반공주의 모험 시리즈처럼 빡빡한 대립관계에 그다지 몰두하지 않는다는 것 정도. 사실, <사하라>는 맥가이버 시리즈와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 중간 어디쯤에 위치한 영화처럼 보인다. 먼지 날리는 몇 백년 전 무기를 다루는 솜씨나 어떠한 위기 상황에서도 발휘되는 기지와 유머감각, 게다가 타자의 존재에 대해 결코 사유하지 않음까지 이 영화는 냉전시대 탐험영화들의 행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남북전쟁 때 사라진 ‘죽음의 함선’을 찾기 위해 더크(매튜 매커너헤이)와 알(스티브 잔)은 말리로 떠난다. 때마침 서아프리카에 퍼지는 전염병의 근원을 찾기 위해 WHO에서 파견된 에바(페넬로페 크루즈). 이들의 만남은 우연적이지만 영화는 보물찾기 여정과 전염병의 근원을 동일한 행로 속에 넣어둔다. 그리하여 보물을 찾는 탐험가들은 곧 아프리카와 전세계를 전염병으로부터 구하는 구원자의 길로 진입하고 사악한 공산주의자들이 사라진 자리에는 꼭 그만큼 사악한 반군 투아레그족이 들어선다. ‘검은 대륙’, ‘검은 악당’, ‘검은 음모’의 결합, 그리고 그뒤에 감춰진 비밀에 대한 욕망이 서구의 모험심에 불을 지핀다.
영화는 하늘, 육지, 강을 넘나드는 추격장면들과 모래바람 날리는 광대한 사막장면에 공을 들이며 이국적인 풍광을 노골적으로 선보이는 데 집중한다. 그러나 할리우드의 야심 찬 보물찾기 시리즈도 이제 수명을 다한 것일까. <사하라>는 인디아나 존스의 아우라에도, 그렇다고 <맥가이버>의 정교함에도 미치지 못한 채, 때때로 어이없는 허술함을 보여주면서 에피소드를 건너뛰며 흐느적거린다. 카리스마 없는 주인공들이 그야말로 얼렁뚱땅 사건을 해결해갈 때, 이야기는 코미디로 기운다. 무엇보다 지적인 여의사로 분한 페넬로페 크루즈의 연기 혹은 캐릭터는 물 탄 술 같아 차라리 팜므파탈의 존재를 그리워하게 만든다. 결과적으로 스펙터클, 인물, 이야기 그 어디서도 강한 한방이 없는 <사하라>는 시대의 감수성을 따르지 못하여 별달리 특별할 것 없는 탐험영화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