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를 앞세운 매니지먼트사의 무리한 요구를 더이상 들어줄 수 없다며 충무로 제작자들이 조직적인 대응에 나섰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는 6월15일 간담회를 갖고, 매니지먼트 회사 또는 배우들이 캐스팅을 미끼로 개런티 이외 공동제작, 공동지분 등을 요구해올 경우 단호하게 거부하기로 뜻을 모았다. 제협은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마련되면, 6월24일 60개 회원사 대표들이 모인 가운데 임시총회를 열어 이같은 안을 결의할 계획이다. 김형준 제협 회장은 “현재 상태로 가면 제작사나 매니지먼트사나 공멸할 것이라는 판단에서 나온 것”이라며 “매니지먼트사의 공동제작, 공동지분 요구 거부는 한국영화 프로덕션의 수익을 개선하는 방안 중 하나”라고 밝혔다.
이같은 방침에 대해 제협쪽은 “밥그릇 싸움으로 보지 말아달라”는 입장이다. “자체 수익구조가 없었던” 매니지먼트사들의 경우 2, 3년 전부터 공동제작 등을 요구했고,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캐스팅에 몰두했던 제작사들로선 매니지먼트사들의 요구에 어쩔 수 없이 응해야 했던 것이 사실. 심지어 제작사쪽에서 매니지먼트에 공동제작 등을 먼저 제의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한 제작자는 “이번 결의는 무엇보다 제작자들의 자성을 촉구하는 것”이라며 “캐스팅이 영화제작을 좌지우지하는 지금의 상황은 시나리오 개발 등과 같은 중요한 프로덕션을 소흘히 하게 만들고 결국 한국영화의 퀄리티를 떨어뜨리게 된다”고 말했다. 질 높고 다양한 영화들이 안정적으로 생산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 위한 제작자들의 노력이라는 설명이다.
한때 “매니지먼트가 영화제작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연구하겠다”고 했던 제협의 이번 결정은 매니지먼트쪽과 전쟁을 벌이는 대신 한발 물러서되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하겠다는 현실적인 의지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형준 회장은 “매니지먼트가 자체 제작을 하는 것에 대해선 뭐라고 할 수 없다”면서 “매니지먼트나 배우들이 개런티를 어느 정도 양보하고 인센티브를 요구하는 식으로 제작에 참여하는 것이라면 모르지만, 받을 만큼 받고서 또 다른 요구를 하는 지금의 상황이 반복되어선 곤란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제협의 이번 방침이 공식화되면 공룡처럼 비대해진 매니지먼트쪽에서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