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의 <섬>. 이 영화는 영화에 대한 평가와는 별도로 잔인한 표현으로 베니스영화제를 찾았던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서구 언론은 한국영화 속의 가학 성향을 주목하기 시작했지만 아직 이 이미지가 확고히 굳어진 것은 아니다.
작품의 국적이 마케팅에 득이 되지 않고 무거운 짐이 된 건 언제부터일까?
영화라는 비즈니스에선 진실 보다 인식이 중요하고, 한 업계가 해외시장으로 확장하려면 강한 개별 이미지가 중요할 수 있는데, 특히 요즘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나라들이 비할리우드 시장에서 자기 몫을 차지하기 위해 자리를 다투고 있으니 더욱 그럴 것이다.
1950년대와 1960년대 초, (프랑스, 이탈리아, 스칸디나비아 등의) 유럽 대륙 영화는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영어권에서는 섹시하고 이국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졌고, 많은 영화들이 순전히 이런 근거로 영국과 미국에 배급됐다. 1960년대 중반 성혁명이 영어권 국가를 강타하면서 배급 패턴이 서서히 바뀌게 됐다. 즉, 영국인들과 미국인들은 자국 영화에서 섹스와 누드를 볼 수 있게 됐기 때문에, 굳이 이상한 언어로 된 영화나 낯선 이름의 스타가 나오는 영화를 수입하지 않아도 됐다.
1970년대에는 섹스 대신 정치와 폭력가 새로운 개척지로 나타났고, 어떤 분야는 그 클리셰에 수년간 얽매이기도 했다. 엄하고 실존주의적인 영화들로 알려진 독일영화는(파스빈더, 헤어초크, 벤더스 등)는 그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데 30년이 걸렸지만, 여전히 일부 독일 밖의 관객들에게 그런 이미지로 각인돼 있다. 스칸디나비아 영화의 경우, 개성이자 장점이었던 것이(섹스) 더 이상 특별하지 않게 되자 대중의 관심권을 벗어나게 되었다. 라틴아메리카와 스페인, 소비에트권의 몇몇 나라들도 정치적으로 도전적인 작품으로 관객의 기억에 자리했다. 그러다가 1970년대 홍콩 무술영화를 시작으로, 동아시아영화가 천천히 국제무대에서 자기 자리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국제적인 위상으로 치면, 홍콩영화의 흥행 성적은 좋은 편이었다. 이는 부분적으로 할리우드가 홍콩영화의 상징적인 특징이나 인재들을 등용한 덕도 있고, 또 부분적으로 중국 본토와의 공동제작을 통해 돌파구를 찾은 덕도 있다. 그렇지만 그런 홍콩의 이미지도 역시 벌써 짐이 되고 있다.
한국영화와 중국영화가 번성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서구 기자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듯이 홍콩영화에 대해 쓰지 않기 시작했다. 한때 동아시아 영화의 산실 역할을 했던 홍콩 영화의 영광은 끝났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건 홍콩영화가 진화 중이라는 사실을 외면하고, 홍콩영화가 눈부시게 빛나던 1970년대와 같은 기준, 같은 시선으로 바라보려 하기 때문이다.
할리우드의 전통적인 스튜디오 시스템이 죽었을 때, 그리고 도덕적/사회적 혼란 속에서 ’정치적 올바름’이 서구에 대두되기 시작했을 때, 상대적으로 이에 대한 강박이 적고, 옛날식 스타/스튜디오 시스템이 잔존하며, 도덕적 기반이 탄탄한 홍콩영화는 서구를 현혹시켰다. 홍콩영화가 서구에서 각광받았던 것은 단순히 관객이 느끼던 마음의 공백을 채워줬기 때문이었다.
홍콩 사회가 변화한 지금, 홍콩영화는 위의 특징들을 많이 잃었기에 더 이상 서구에 어필하지 못하게 됐다. 그러니까, 진짜로 거기서 일어나는 일이 무엇인지- 한곳만 집중해서 주목하기 보다는 아시아 전역에 걸쳐 새롭게 부상하는 젊은 인재들- 를 살펴보지 않고, 그냥 별것 아닌 셈 치자는 것 아닌가.
언론에서 한국영화 속의 가학 성향을 주목하기 시작하긴 했지만, 한국의 영화산업은 그 자체로 세계 속에서 명확한 이미지를 보여주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는 이것이 상업적인 결함이 되었지만, 앞으로는 어쩌면 득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최신 최강의 유행도 시간이 지나면 시들해지거나 다른 유행에 밀려나게 마련이다. 그런 만큼 주제와 규모가 다양하다는 것이 급변하는 오늘날의 시장에서 경쟁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When does a country's film-making image stop being a marketing asset and become a millstone round its neck?
Perception, rather than truth, is everything in the film business, and a strong individual profile can be vital if an industry is to expand its market overseas, especially nowadays as more countries than ever jostle for a share of the non-Hollywood pie.
During the 1950s and early 1960s, continental European cinema (like French, Italian, Scandinavian) was seen as sexy and exotic by the more conservative English-speaking world, and a large range of movies got distribution in the UK and US purely on that basis. When the sexual revolution hit the English-speaking world in the mid-1960s, distribution patterns slowly changed: Brits and Americans could see sex and nudity in their own films rather than import movies in funny languages or with stars with strange names.
During the 1970s, politics and violence took over from sex as the new frontiers, and new cliches emerged that shackled some industries for years. German cinema became known for its grim, existentialist movies (Fassbinder, Herzog, Wenders), an image that it's taken 30 years to throw off, and still exists in some non-Germans' minds. Scandinavian cinema lost its special asset (sex), and emigrated from the popular gaze. Latin American and Spanish cinema, as well as some countries in the Soviet Bloc, briefly fl
owered in audiences' minds with politically challenging works.
And then, starting with Hong Kong martial arts films during the 1970s, East Asian cinema slowly started to claim its place on the international scene.
In terms of international profile, Hong Kong cinema has had a good run, thanks partly to Hollywood's adoption of several of its trademarks and talents, and partly to mainland China carrying forward the territory's flagging banner through co-productions. But Hong Kong's rep is already proving a millstone as well.
With South Korean and mainland Chinese cinema prospering, it's now become trendy among some western journalists to write off Hong Kong cinema: the engine room of East Asian film-making has had its day, they say. But to do so is to look at Hong Kong cinema not as an evolving industry but through the same eyes that it first dazzled in the 1970s.
Then, when the traditional Hollywood studio system was finally dead, and political correctness was starting to take shape in the West amid general moral/social confusion, Hong Kong cinema dazzled western eyes with its lack of political correctness, its old-style star/studio system, and strong moral underpinnings. It prospered in the West simply because it happened to fill several vacuums in audience's minds.
Now that Hong Kong cinema has lost many of those qualities, as its cinema and society have evolved, it's no longer of much use to the West. So, hey, instead of looking at what's really going on there - new young directors on the rise, talent spread throughout Asia rather than just centred in one place - let's just write it off.
Though journalists are starting to note South Korean cinema's propensity for abusive violence, the industry as a whole still doesn't have a clear international profile. This has been a commercial hindrance so far but may prove its salvation in the future. Even the best fads can wither or be subsumed by bigger players over time; diversity, both thematic and economic, may be the thing in today's faster-changing marke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