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가에 빨간불이 켜졌다. <말아톤>과 <마파도>를 제외하고는 기대작들이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기나긴 비수기를 지나오던 극장가가 현충일 황금연휴에 반등을 고대했으나 인파는 오히려 고속도로로 몰렸다. 지난 한주만 반짝 그런게 아니라 벌써 몇주째 비슷한 상황이다. 피부체감도뿐만 아니라 수치도 이를 뒷받침해준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영화산업의 매출은 작년 동월보다 24.3%가 줄어서 작년 8월이후 9개월 연속 내리막길이다. 매출이 9개월 연속 하향곡선을 그린 것도 2000년 이후 처음이다.
신작이 4편이나 개봉했지만 이런 분위기를 역전시키기에는 무리였다. 상위권에 랭크되리라 예상됐던 신작이 없었기 때문에 <스타워즈3>의 2주연속 1위는 자명한 일이었다. 하지만 2주연속 극장가를 평정했다고 마냥 기뻐하기엔 아직 이르다. 이렇다할 주요 경쟁작이 없는 상황에서 2주차 전국누계 131만명은 썩 대단하다고 볼수 없다. <스타워즈>의 역대 국내 성적보다는 양호한 편이지만 그래도 북미지역의 호응에 비하면 아직 갈길이 멀다. 눈길을 사로잡은건 오히려 <안녕, 형아>다. 전주 <스타워즈3>에 이어 2위로 데뷔한 이후 2주차 신작의 협공에도 그 자리를 그대로 지켰다. 전국누계는 82만여명에 육박하고 있는데 단순히 사이즈만 비교한다면 대단한 실속이다.
3주차에 접어든 <연애술사>의 선전도 뜻밖이다. <연애술사>는 개봉주부터 지금까지 3주연속 3위를 지키고 있는데 폭발적인 반응은 아니지만 매우 더딘 낙폭을 보이고 있다. 대단한 스타파워는 없어도 꾸준히 수요가 있는 로맨틱 코미디 장르덕을 보고 있는 셈이다. 차곡차곡 모은 관객수는 이제 전국 100만명에 육박한다. 신작중에서 그나마 상위권에 진입한 작품은 힐러리 스웽크의 <pm 11:14>다. 서울주말 3만여명의 관객에 전국 16만6천여명을 동원해 4위에 올라 신작 체면을 세웠다.
일본원작을 리메이크한 할리우드발 호러 두편은 나란히 5위, 6위에 올랐다. 개봉2주차의 <그루지>는 가뭄속에서도 전국누계 54만명을 기록했고 <링2>는 전국 15만여명을 불러모았다. 공포영화가 때이른 감은 있지만 <그루지>는 어느정도 제몫을 다했다. 안타까운건 <남극일기>다. 개봉3주차의 <남극일기>는 첫주 1위에 데뷔하고 2주차에 5위, 3주차에 7위로 성큼성큼 내려 앉았다. 이제 전국누계는 겨우 105만명인데 제작비 85억원의 극장 손익분기점인 285만여명에는 한참 못미친다. 전국 스크린은 172개로 현재까지 배급력은 어느정도 유지하고 있지만 다음주면 탑10에서 쓸쓸히 퇴장할 것으로 보인다.
액션스타 빈 디젤이 보모로 변신한 <패시파이어>는 전국 5만여명의 관객으로 8위에 올랐다. 개봉당시 미국 박스오피스를 평정했던 작품이지만 역시 우리나라 관객정서와는 거리가 있다. 정재은 감독이 오랜만에 내놓은 <태풍태양>은 안타깝다 못해 참담한 수준이다. 서울주말 이틀은 정확히 8,549명으로 만명이 채 안된다. 전국 관객도 5만명을 못넘겼는데 반등의 여지는 희박하다. 탑10의 문을 닫은 <혈의 누>는 이제 전국누계 223만여명에 근접했다. 이런 비수기에 히트작이라 할만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제작비 75억원의 극장 손익분기점은 250만 정도로 살짝 못미친다. 히트작이라 생각했던 작품도 극장에서 제작비 회수가 만만치 않은 상황. <혈의 누>를 보면 극장가 기근을 알수 있다.
온라인팀 고일권 kika@cine21.com
1. 이 흥행순위는 각 배급사가 밝힌 관객 수로 작성된 것이며 실제 관객수와 오차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2. 누계는 6월 4일까지의 수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