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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의 아픔을 담아낸 3D애니메이션, <버스데이 보이>
김도훈 2005-06-07

전쟁은 깊어가고 슬픔은 쌓여가도 아이는 무럭무럭 자란다.

1951년의 한국. 가끔 전투기들이 구름 속을 날고 탱크를 실은 기차가 철로 위를 달려가는 것 외에는 평온해 보이는 마을. 혼자 생일을 보낸 만욱이는 하루해가 저물 무렵 집으로 돌아온다. 마루에 덩그렇게 놓여 있는 소포. 아빠가 보낸 생일선물이 아닐까? 기대에 차서 풀어본 소포 속에는 아빠의 사진, 군번줄, 낡은 군화가 들어 있다. 만욱이는 군번줄을 목에 걸고 군화를 신고 놀다가, 직접 만든 쇳덩어리 탱크를 방에 늘어놓은 채로 잠이 든다.

<버스데이 보이>는 소년의 하루를 통해 한국전쟁의 아픔을 담아낸 3D애니메이션이다. 오스카 최우수 단편애니메이션 후보라는 거대한 전리품과 무거운 소재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소박하다. “비극이지만 비극이 아닌 것처럼 보여주고자 했다. 전쟁은 배경일 뿐, 아이가 노는 장면과 전쟁의 배경이 겹쳐졌을 때 느껴지는 감정은 관객의 몫”이라는 박세종 감독의 변처럼, <버스데이 보이>의 미덕은 묵직한 주제를 9분30초 안에 우겨넣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신 감독은 만욱이가 전쟁놀이를 하는 장면에서 전쟁터의 사운드를 삽입하는 등 하나의 시퀀스에 (어른과 아이가 다르게 이해할) 두 가지 의미를 함께 심어둔다. 그렇게 세심하게 엮여 있는 영화의 복선을 따라가다보면, 마지막에 가서야 들려오는 목소리. “만욱아, 엄마 왔다.” 엄마는 소포를 보게 될 것이고, 만욱이는 생일선물의 참뜻을 알게 될 것이다. 전쟁은 그렇게 아이들에게서 아버지를 앗아가고, <버스데이 보이>는 막이 내린 뒤에야 관객의 가슴을 벤다.

박세종 감독이 “고시공부하듯이 책을 들춰가며 만든” <버스데이 보이>에 기술적으로 흠잡을 구석이 거의 없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특히 동양인의 특징을 강조한 만욱의 얼굴은 클로즈업의 대담한 사용에도 불구하고 픽사의 것만큼이나 살아 있는 표정을 보여준다. 캐릭터에 실린 섬세한 감정이 기술적 한계를 극복해내는 것이다. 이토록 기술적, 정서적인 완성도가 충만한 <버스데이 보이>를 가난한 재능과 합리적인 시스템이 빚어낸 결실이라 불러도 좋을 듯하다. 호주국립영상학교(AFTRS)의 열의는 이민자 감독의 첫 애니메이션 단편이 세상의 빛을 보도록 만들어주었고, 지난 4월21일 박세종 감독은 강원정보영상진흥원의 지원으로 세계시장을 겨냥한 극장용 애니메이션을 만들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던 값진 재능 하나가 돌고 돌아 연어처럼 회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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