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운영을 둘러싼 문제제기가 끊이지 않던 광주국제영화제가 또다시 삐걱거리고 있다. 지난 5월31일, 수석프로그래머로 4개월간 일해왔던 정재형 동국대 영화영상제작학과 교수와 권주연 프로그램팀장, 프로그램팀원 등 3명이 집행위원장에게 사직서를 제출했다. “영화제 개막이 3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광주시와 문화관광부로부터 일절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파행적인 운영 상황”을 문제제기하며 사의를 표명한 정재형 교수는 “돈이 없어 전화까지 끊기는 상황에서도 자비를 들여 프로그래밍을 진행해왔다. 4월27일 집행위원장에게 정상화를 촉구하면서 공식적으로 항의했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광주영화제의 뒤늦은 예산집행 문제는 3회 때부터 계속됐던 고질적인 사항. 다른 지역 국제영화제와 달리 민간인 주도로 출범한 광주영화제가 국고지원을 받기 시작하면서, 예산을 지원하는 시가 조직위원회 이사회를 문제삼으며 예산을 마지막까지 집행하지 않는 경우가 빈번해진 것이다. 정재형 교수는 “영화제 운영은 뒷전으로 주도권 다툼을 벌이는 시와 이사회, 이들의 갈등을 조율할 의지를 보이지 않는 조직위원장과 집행위원장의 무책임한 태도”가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8월 광주영화제를 그만둔 임재철 전 프로그래머는 “지역 명망가로 구성된 이사회 안에서도 서로 다른 의견이 존재한다. 이들이 영화제의 집행위원회를 장악하려 하는 것도 문제”라며 또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한편 내부갈등에도 불구하고 제5회 광주국제영화제는 오는 8월26일 예정대로 개최될 예정이다. 광주영화제 김갑의 집행위원장은 “정재형 교수의 경우 사표를 철회하도록 설득 중이지만, 그가 끝까지 철회 불가 의사를 밝히더라도 남아 있는 두명의 프로그래머와 함께 예정대로 행사를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현재 이사회와 시는 일단 알력 다툼을 중단하고, 올해 영화제를 무사히 개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기로 합의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