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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포럼2005 게스트 일본 실험영화 감독 시호 가노
사진 정진환오정연 2005-06-02

“뭔가가 시작되기 직전이 제일 흥미롭다”

5월28일 개막한 인디포럼2005는 해외특별전 게스트인 일본 실험영화 감독 시호 가노의 영화 10편을 상영함과 동시에 두점의 비디오 작품을 전시상영하고 있다. 지난 5월26일 안국역 근처에 자리한 갤러리175에서 만난 시호 가노 감독은, 전시장 오픈을 앞두고 작품 설치에 여념이 없었다. 영화적 시공간을 향한 독특한 해석을 작품 속에 담아왔던 그는, 사진으로 창작활동을 시작한 뒤, 인지할 수 없는 순간보다 연속적인 시간을 담을 수 있다는 매력에 이끌려 영화로 옮겨왔다. 지난 7년 동안 전문대학에서 영화역사를 강의하고, 미술대학의 필름아카이브를 기획·관리하는 틈틈이 영화작업을 계속한 끝에, 최근에는 창작활동에 전념하기 위해 프랑스에 체류 중이다.

-본업과 영화작업을 병행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계속해서 작업을 할 수 있는 본인만의 시스템이 있나.

=개인적으로 번 돈으로 1년에 한두편 정도의 작품을 만들었다. 비디오는 제작비가 거의 들지 않고 16mm는 300만원 정도가 필요하다. 다른 사람들이 옆에 있으면 집중을 못하는 성격이라 편집은 물론 촬영이나 사운드 등 웬만한 것들은 직접 해결했다. 특히 카메라는 남에게 맡기면 왠지 내 작품 같지가 않다.

-일반 관객과는 어떻게 만나고 있나.

=작품이 그간 주로 로테르담, 오버하우젠 등 해외영화제에서 상영됐다. 일본에선 이미지포럼 등에서 상영된 바 있다. 일본 관객과 일상적으로 만날 수 없다는 것이 아쉽다.

-설치작업은 언제부터 시작했나.

=2000년작 <하얀 식탁보>가 도쿄의 갤러리 연합으로부터 무슨 상을 받았다. 정확한 상의 이름은 기억이 안 나지만, 수상자에겐 자신의 작품을 갤러리에서 전시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영화와 달리 마음내키는 대로 들락거리면서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는 설치미술이 흥미롭게 느껴졌다. 하지만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건 영화다. 다소 보기가 어렵고,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것도 아닌 내 작품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꼼짝없이 관객을 잡아두는 것이 필요하다. (웃음)

-좋아하거나 영향을 받은 작가를 꼽자면.

=스탠리 큐브릭이나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처럼 말이 아니라 영상으로 표현하는 감독들의 영화를 좋아한다. 하이와라 사쿠미라는 작가의 <시간>은, 이런 작업을 시작한 계기가 됐다. 매일매일 1년에 걸쳐서 사과를 찍은 사진 작품인데, “세상에 이런 표현방법도 있구나” 싶었다.

-본인의 작품을 관통하는 일관된 관심은.

=카메라를 통해 찍힌 시간과 공간. 영화는 우리로 하여금, 일상의 시공간과 조금 다른 것을 체험하게 해준다. 요즘은 스토리에 관심이 생겼다. 줄거리가 있는 완결된 이야기를 찍겠다는 건 아니다. 스토리의 본질은 시간의 흐름인 것 같다. 예전에 어떤 관객이 내 작품을 보고 호러영화인 줄 알았다더라. 무서운 게 직접 보여지는 순간보다 무슨 일인가 일어날 것 같은 기척이 더 무섭지 않나. 아마도 내 작품에서 그런 걸 느낀 모양이다. 스토리 역시 본격적으로 뭔가가 시작되기 직전이 흥미로울 것 같다. 그런 것들이 느껴질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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