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지역영화는 존재하는가. 오는 6월7일 크랭크인하는 김백준 감독의 <당신의 사랑은 안녕하신가요?>는 지역영화에 대한 본격적인 실험이다. 부산을 근거로 삼은 제작사 더 컴퍼니필름이 제작하는 <당신의…>는 스탭과 배우, 제작방향, 그리고 투자와 배급 모두 지역을 중심으로 진행된다는 점 등에서 그동안 축적된 부산, 경남권의 영화제작 역량을 총동원하는 프로젝트라 할 수 있다.
<당신의…>가 내세우는 가장 특징적인 ‘지역성’은 배급과 투자다. 이 영화는 우선적으로 부산과 경남권에서만 개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수도권 등 전국을 대상으로 한 개봉은 지역 개봉의 성과에 따라 결정한다는 것이다. 김관 더 컴퍼니필름 대표는 “지역에서 우선 개봉한 뒤 차츰 범위를 넓혀가는 미국과 일본의 지역영화를 벤치마킹했다. 부산 경남권의 영화시장은 전체 시장의 18%를 차지하는 탓에 독자적 시장을 구축하는 게 가능하다고 본다”고 설명한다. 배급사인 대양시네마는 현재 12개 스크린을 확보한 상태다. 투자 또한 지역에서 해결한다. 이 영화의 순제작비는 상업영화로선 초저예산인 2억9천만원. 스탭과 배우가 개런티를 거의 받지 않는 대신 제작사의 지분을 나눠갖기로 했고, 지역의 영화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하면서 규모가 크게 준 것이다. 산학협력 차원에서 부산 동서대학교로부터 HD카메라 등 장비와 1억5천만원의 지원을 받고, 부산영상위원회에서도 지원과 함께 약간의 투자를 받을 예정이다. 나머지는 지역의 개인 투자자로부터 조달한다.
착한 척하는 남자와 귀여운 척하는 여자의 사랑과 이별을 다루는 이 영화는 내용면에서도 지역성을 보여줄 계획이다. 모든 인물들이 사투리를 쓴다는 점은 그 첫 번째 요소. 김관 대표는 “여러 영화에서 나오는 부산 사투리는 실제 부산에서 거주하는 20대가 공감하는 사투리가 아니”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시나리오 작업 때부터 모니터 작업을 했고 부산 출신의 배우 오세정과 박상우를 주연으로 내세웠다고 말한다. 지역성의 두 번째 요소는 공간이다. 제작진은 부산이라는 공간을 지역민들에게 공감갈 수 있도록 보이기 위해 다양한 곳을 돌며 고민 중이다. 아무튼 <당신의…>의 실험이 또 다른 ‘부산영화’나 ‘광주영화’, ‘제주영화’의 탄생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리라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