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 <크리스 크로스>를 연출한 필름누아르의 장인 로버트 시오드막, 그의 동생이자 <나는 좀비와 함께 걸었다>의 각본을 쓴 커트 시오드막, <우회로>를 만든 B급영화의 진정한 아버지 에드거 울머, 설명이 필요없는 빌리 와일더, <지상에서 영원으로> <하이눈>의 프레드 진네만, <허슬러> <얼굴없는 눈동자>를 촬영한 유진 슈판. 미국영화에 거대한 자취를 남긴 이들 여섯은 영어식 이름으로 불리고 있지만, 모두 독일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영화를 시작한 인물들이다. <일요일의 사람들>은 영화를 막 시작하던 때의 그들이 힘을 모아- 로버트 시오드막과 울머는 연출로, 커트 시오드막과 와일더는 각본으로, 슈판과 진네만은 촬영과 조수로- 제작한 작품이다. <일요일의 사람들>은 1920년대 실험영화의 한 경향인 ‘도시의 교향악’을 반영하고 있다. 1920년대 초엽에 시작돼 발터 루트만의 <베를린: 위대한 도시의 교향곡>(1927)으로 정점에 이른 도시의 교향악은 도시의 삶에 대한 유례없는 낙관을 대표한다. 당시의 정치·경제적 위기 속에 어떻게 이런 영화들이 나왔는지 불가사의한 가운데, 도시의 교향악은 도시, 교통, 산업, 기계에 대한 찬가를 불렀다.
1929년과 30년은 도시의 교향악이 분수령을 맞이한 해다. 요리스 이벤스가 <비>를 발표하고 지가 베르토프에 의해 가장 역동적인 도시의 교향악 <카메라를 든 사람>이 탄생한 그해, 장 비고는 <니스에 관하여>로 도시의 교향악을 비꼬았다. 이들 기록영화에 로맨스, 서정, 신비감이 더해진 <일요일의 사람들>은 전위영화와 대중문화의 적절한 결합을 보여준다. 베를린에서 실제 택시 운전사, 모델, 와인 딜러, 영화 엑스트라, 레코드가게 점원으로 일하는 다섯 남녀가 주연을 맡아 토요일과 일요일을 보내는 보통사람을 연기한다. 그러나 다섯 사람의 풋풋한 로맨스와 베를린 교외의 아름다운 풍경은 안타깝게도 곧 사라질 운명이었다. 붕괴되는 세계와 시간 속에 자유로운 사람들의 미소는 힘겨운 것이었다. 1930년 이후 나치당이 득세하자 <일요일의 사람들>을 만든 이들 역시 독일을 떠나 유럽과 미국으로 향했고, 대공황과 어두운 도시와 갱스터영화 앞에 도시의 교향악은 더이상 울려퍼지지 않았다. <일요일의 사람들>은 황금의 1920년대를 보낸 바이마르 문화의 마지막 유산이 되고 말았다. <일요일의 사람들> DVD는 BFI에서 기획한 ‘아방가르드의 역사’ 시리즈 중 한편이다. <일요일의 사람들>은 1930년 상영 뒤 원본이 분실됐는데, DVD는 90% 정도 어렵게 복원된 판본을 수록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