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진진한 모험담과 동심의 꿈, 여기에 약간의 상처입은 영혼만 덧붙이면 그럭저럭 볼 만한 유년기의 영화가 탄생한다. 이때 어김없이 등장하는 것은 냉혹한 세상, 세속에 찌든 어른들, 그 틈바구니에서 희미하게 빛나는 사랑과 우정이라는 희망. <세컨핸드 라이온스> 역시 이러한 구도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는 ‘허허실실’ 유년의 기억이다. 이 기억 속에는 자식을 버리는 엄마가 있고 그 빈자리를 채워주는 혈기왕성한 유사 아버지들이 있다. 영화는 이 유사 아버지들과 소년이 만나 환상적인 과거의 순간들을 나누고 서로에게 지혜를 배우며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을 이야기한다.
철없는 엄마에 의해 생면부지 노인 삼촌들에게 맡겨진 월터(할리 조엘 오스먼트). 월터는 엄마로부터 삼촌 집에 머무는 동안 현금이 숨겨진 곳을 찾아내라는 임무를 받는다. 그러나 감춰진 과거를 안고 세상에서 고립된 두 노인의 생활방식은 어린 월터에게 낯설기만 하다. 시간이 흘러 서로에게 점차 익숙해져가면서 삼촌들의 거칠고 독특한 삶은 월터의 불안정한 영혼과 자연스레 만난다. 그들은 일상의 모험들과 과거의 이야기들을 함께하며 믿음과 우정을 쌓아간다. 세 남자가 꾸려가는 새로운 가정의 모습은 불완전하지만 그간의 상처와 세상에 대한 경계심이 무색할 만큼 귀여운 조화를 이루어간다.
영화 속 월터의 유년 시절은 현실과 환상, 현재와 과거가 뒤섞여 세계 각지에서의 모험담부터 밀림의 사자, 고물 비행기, 숨겨진 돈다발까지 그 자체로 하나의 이야기가 될 만한 흥미진진한 요소들로 가득하다. 그러나 이러한 엉뚱함은 진실, 사랑 등에 대한 어른의 진부한 설교와 아이의 진지한 깨달음 속에 갇혀 신선한 상상력을 잃는다. 그것은 한때 상처와 분노로 힘겨웠으나 유년을 지나 세상의 진리를 터득하며 안정을 찾아가는 그럭저럭한 성장담과 별다를 바 없다. 안정된 현실로 귀결되는 혹은 깨달음을 전제하는 환상과 모험은 맥이 빠진다. 영화적 재미를 느끼기에 괴짜 노인들은 너무 빨리 인자한 할아버지가 되었고 어린 월터는 너무 빨리 어른이 되었다. 무엇보다 <식스 센스>로 스타덤에 오른 아역배우 할리 조엘 오스먼트의 연기는 인위적인 진지함과 성숙함을 흉내내어 어색함을 더한다. 물론 전혀 다른 내용이긴 하지만, <아무도 모른다>에서 버려진 아들, 야기라 유야의 연기가 새삼 보석같이 느껴지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