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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새 드라마 <패션 70's> 주연맡은 김민정

“70년대 멋쟁이 디자이너역 의상비가 만만치 않네요”

달력 속에서 막 걸어나온 듯했다. 살짝 굴곡진 단발머리를 가로지르는 흰 머리띠에 주홍과 검은색 잎사귀 무늬가 수놓인 원피스. 영낙없는 1970년대 귀공녀다. 우물이 하나 들어앉은 듯 크고 깊은 눈망울과 길게 치켜올린 속눈썹도 그러고 보면 30년쯤 전 더욱 각광받던 스타일 아니던가?

김민정이 변신한다. 지난 10일 경기도 부천 영상문화단지 세트장에서 만난 그는 벌써 고혹적이고도 도도한 복고미인의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그는 지난 여름 허무와 슬픔이 가득했던 문화방송 <아일랜드>의 에로배우 시연의 태를 벗고, 70년대 한국 패션의 역사를 열어제친 패기만만한 디자이너로 안방극장을 찾는다. 23일 첫 전파를 타는 에스비에스 새 월화드라마 <패션 70’s>(밤 9시50분, 극본 정성희·연출 이재규)에서 그는 당시 패션계를 주름잡은 디자이너 고준희로 분한다. 대형 의류기업을 경영하는 상류층 가문에 입양된, 화려하고 아름다운 귀족 같은 여인이다. 복장학원을 들어서며 최고의 디자이너를 꿈꾼다. 야심과 욕망이 그를 추동한다.

그러나 그런 준희에게도 운명같은 상처가 있다. 그건 그가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결코 따라갈 수 없는 아득한 천재성을 지닌 라이벌 더미(이요원)의 존재다. “더미가 영화 <아마데우스>의 모차르트라면, 준희는 살리에르예요. 수재지만 천재는 될 수 없는 노력형의 인간이죠. 성격이 안 좋을 수밖에요. 거기다 욕심도 많아 강하고 독하게 보일 수밖에 없는 역할이죠.” 도도하고 강한 외면은 내면의 깊은 결핍과 열등감, 질투 따위를 가리는 포장일 법하다. <아일랜드>와는 색감은 다르지만, 이번에도 김민정 스스로의 말마따나 “강하고 색이 짙은 배역”이다. <아일랜드> 이전 2002년 에스비에스 드라마 <라이벌>에서도 독기서린 악녀 역으로 시청자의 ‘미움’을 한몸에 받았으니, 그의 연기 이력에 평탄한 배역은 없었던 셈이다.

“제가 먼저 그런 역에 눈이 가네요. 순수하게 착하고 예쁜 역은 나중에 해도 되겠다 싶어요. 지금은 이것저것 보여드리고 싶은 게 많아요.” 그러면서도 “이번엔 선에 대비되는 악이 아니라, 두가지가 섞인 사람 캐릭터로 그려내고 싶다”고 했다. “<라이벌> 때는 사람치곤 너무 못된 사람으로 나와 이미지에도 영향이 크더라고요.”

여주인공을 선악 구도로 가르는 이분법을 벗어나고 싶다는 그의 생각에 이재규 피디도 힘을 실어줬다고 한다. “시놉시스만 보고는 선악 구도가 아닌가 걱정도 했어요. 하지만 감독님도 그런 것 싫어한다고 하시길래 마음을 놓았죠. 젊은 감독님이라 말도 잘 통하고 믿음직스럽더라고요.” 2003년 문화방송 <다모>로 사극의 새로운 스타일을 창출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이 피디는 “김민정은 극중 더미를 압박할 수 있는 힘과 연기력을 갖췄다”며, “고정된 주인공 대 반주인공 구도가 아니라 회마다 주인공과 반주인공이 바뀌는 구도로 끌고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상류사회와 패션디자이너를 다룬 드라마인 만큼 김민정이 선보일 70년대의 다채로운 의상들도 주요한 볼거리다. 김민정이 따로 준비한 옷만도 100여벌에 이른다. “오늘 옷은 요즘 나온 복고풍 의상이지만, 대부분은 따로 제작해야 한다”며, “멋쟁이 디자이너 역이라 의상비가 만만치 않네요” 하는데, 얼굴은 배시시 웃고 있다. 주진모와 천정명이 각각 더미를 사랑하는 대통령 보좌관 김동영과 다이버 강사 장빈 역을 맡았고, 이혜영이 패션계의 대모 장봉실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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