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3기의 진용이 서서히 갖춰지는 중이다. 4월17일자로 문화관광부에서 총 24개 영화계 제 단체에 추천을 제안하는 공문을 발송한 것이 그 신호탄이다. 이충직 위원장이 이끄는 2기 영진위는 5월27일부로 만료된다. 영화진흥법 3장8조에 의하면 영화진흥위원회의 의결기구인 위원회와 위원은 “문화관광부 장관이 위촉하는 9인의 위원으로 구성하며, 위원장 1인과 부위원장 1인은 위원 중에서 호선에 의해서 선출한다”고 규정된다. 3년 임기인 위원장과 위원은 1기의 경우 위원장만 세 차례가 바뀌는 수난을 겪기도 했다.
문화부의 한 관계자는 “현재 각 단체에서 추천한 57명의 인물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 2기가 지나치게 학계에 편중되었다는 영화계 전반의 평가를 감안하여 가급적 차기 위원회에는 영화 현장에 있는 사람들 중심으로 구성한다는 방침”이라고 조심스럽게 진행상황을 전했다. 영진위 내부에서도 “현장과 밀접하고 전문성이 있는 분이 오실 것으로 예상한다”고 이에 화답하는 분위기. 이런 배경에는 영화진흥금고의 점진적 소진, 모태 펀드의 출범이라는 새로운 투자자본의 난제를 풀어낼 해결사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존재한다. 자금난을 해결해야 산업적인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고, 영진위 내부에서도 사업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한 제작사 대표는 “대원칙은 시장원리에 따르는 것이다. 현안 중에 가장 시급한 사안들을 해결하고 현실적인 비즈니스를 진행할 수 있는 사람이 위원회에 필요하다. 영화진흥금고의 문제를 해결하고, 펀드를 통한 자금 조달도 여유롭지 않기 때문에 이를 돌파할 수 있는, 영화계와 마인드가 맞는 사람이 들어가야 한다”고 이를 설명했다.
대조적으로 영상문화와 공공성 강화를 뼈대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2기에서 공공성에 대해 열심히 논의했으나 현장에서의 실천이나 의사소통의 통로는 점차 줄어드는 느낌이다. 산업에 비해 영상문화나 문화 공공성에 대해 구체적인 비전이 제시되지 않는 부분을 3기에서는 반드시 정착시켜야 한다”고 독립영화 진영에서는 강조한다. 미디어센터와 시네마테크의 정착이 아직은 요원한 점과 외주제작 전문채널 등의 통합미디어 정책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는 공공성 강화에 역점을 둬야 한다는 것이 이러한 주장의 골자를 이룬다. 김동원 감독을 제반 단체에서 어느 때보다 강하게 추천하는 분위기는 3기에서야말로 독립영화와 영상문화에 대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위원이 필요하다는 갈증을 그대로 드러낸다.
그렇다면 현재 차기 영진위 위원의 물망에 오른 인물들은 누구일까. 여러 단체의 추천 명단에는 안정숙 전 <씨네21> 편집장, 오지철 전 문화부 차관, 박광수 감독, 김동원 감독, 이춘연 영화인회의 이사장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 부위원장인 장미희 교수, 위원인 김홍준 영상원장과 변재란 교수도 추천되었다. 이현승 감독, 서우식 판시네마 대표, 김인수 시네마서비스 부사장 등 현장 관계자들도 거론되는 중이다. 주진숙 교수, 이효인 영상자료원장도 유력한 후보로 제기된다. 결국 이번에도 문화부의 선택이 늘 그랬듯이 단체들의 주장을 배분하는 방향으로 끝나는 ‘안배’가 되느냐, 정책적 의지를 통한 적극적인 ‘선택’이 되느냐가 차기 위원회의 성격을 규정할 전망이다.
1기(2002년 5월27일 임기 만료)
위원장 신세길→박종국→유길촌 부위원장 문성근→조희문→이용관 위원 강대성, 김승범, 김홍준, 박선이, 이연호, 이용배, 이은, 김우광, 김지미, 문성근, 안정숙, 임권택, 윤일봉, 정지영, 채윤경
2기(2005년 5월27일 임기 만료)
위원장 이충직 부위원장 장미희 위원 김홍준, 민병록, 김병헌, 김창유, 변재란, 유지나, 이민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