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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지만 긴 여운…단막극 살아난다

문화방송 <떨리는 가슴>

새로운 형식에 신선한 내용 수준높은 작품을 선보여 국제 페스티벌 잇단 ‘상복’ 도

티브이 단막극이 되살아나고 있다. 단막극의 부활은 주류 드라마 형식의 실험적 파괴 현상임과 더불어, 통속적 사랑 중심의 소재 편중에서 벗어나 다양한 인간사를 담아내는 내용의 변화까지 끌어내고 있어 기대를 갖게 한다. 재정적 어려움에 처한 방송사들의 선택과 집중에 따른 것이지만, 결과적으로 시장성만 중시하던 티브이 드라마가 작품성까지 추구할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라는 전망은 긍정적이다.

문화방송 가정의 달 특집극 <봄날의 미소>

‘드라마 왕국’의 옛 영화를 되찾고자 절치부심 하는 문화방송이 변화에 앞장 섰다. 지난 8일로 12부를 모두 마무리한 드라마 <떨리는 가슴>은 박성수·오경훈·김진만 피디 등 6명의 내로라하는 피디와 김인영·정형수·이경희·인정옥 작가 등 6명의 걸출한 작가가 만나 2부씩 6편을 ‘따로 또 같이’ 만들어냈다. 내용도 다양한 가족 구성원의 개별적인 고민과 아픔을 다루는가하면, 성적 소수자를 정면에 내세우는 극적 실험으로 드라마 질적 성장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16일 시작하는 월화드라마 <환생-넥스트>도 <떨리는 가슴>과 비슷한 제작방식을 따른다. 주찬옥 작가 등 5명의 작가와 유정준 피디 등 3명의 피디가 2~3회씩 번갈아 만들며, 현실에서 엇갈린 네 남녀의 사랑을 고려·조선·해방 전후 등 각 시대별로 그리는 독특한 설정이다. 계획된 다른 드라마가 무산되는 바람에 급조한 ‘땜질용’이라는 비판을 받지만, 일반적인 미니시리즈가 시츄에이션 단막극 형식으로 이행하는 단계를 보여주는 측면에서 의의가 적지 않다. 9일에 이어 10일 방송되는 가정의 달 특집극 <봄날의 미소>도 각각 심장이식을 기다리는 남녀의 사랑을 압축적으로 담아내 단편소설을 읽는 듯한 감칠맛을 살려낼 것으로 보인다. 매주 5분짜리 4부작으로 방영되다 지난 3월 끝난 <한뼘 드라마> 또한 새로운 형식에 신선한 내용을 담아낸 극적 시도였다.

한편,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단막극의 산실 <베스트극장>이 최근 중단돼 고정 시청자들을 안타깝게 했지만 10월부터는 ‘티브이 영화’ ‘2~4부의 초미니시리즈’ ‘시츄에이션’ 등 다양하게 보강해 재개할 계획이다. <베스트극장>은 2003년작 ‘늪’이 지난해 7월 ‘몬테카를로 티브이 페스티벌’에서 작품상을 받는 등 수준 높은 작품성을 인정 받아왔다.

한국방송 특집극 <유행가가 되리>

한국방송은 1980년부터 10년여에 걸쳐 330편의 문학작품을 영상으로 그려낸 을 부활시켰다. 8일 황순원 원작의 ‘소나기’로 출발한 은 앞으로 10년간 100편의 소설을 영상으로 옮겨낼 계획이다. ‘소나기’에 이어 이달에 은희경의 <내가 살았던 집>, 김동리의 <역마>, 박범신의 <외등>을 내보낸다. 편당 6개월 이상의 기간과 단막극으로는 파격적인 5억원 이상의 제작비를 들였으며, 연출자도 장기오·황인뢰·김충길 피디 등 외부에서 영입하고, 영화 <여자 정혜>로 국제 영화상을 받은 이윤기 감독이 ‘내가 살았던 집’ 연출에 참여하는 새로운 시도도 선보인다. 11월에는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 신경숙의 <새야 새야>, 김경욱의 <누가 커트 코베인을 죽였는가?> 등의 작품을 방영할 계획이다. 이에 더해 지상파 3사 중 대표 단막극 <드라마시티>를 5월 봄개편부터 대폭 강화해 수준 높은 드라마로 경쟁성을 높여 나간다.

앞서 지난 3월6일 방송된 노희경 작가·김철규 피디 콤비의 특집극 <유행가가 되리>는 지난달 ‘상하이 티브이 페스티벌’에서 최종 경쟁부문에 오르는 성과를 올렸다. 평범한 중년부부의 삶의 단면을 잔잔히 그려내 방영 당시에도 높은 관심을 받았다. 한국방송은 다음해 초에는 4~8부작 초미니시리즈도 선보일 계획이다.

에스비에스는 지난해 단막극 <오픈 드라마 남과 여>를 폐지하는 바람에 단막극이 적은 편이지만, 특집극들은 흥행과 작품성에서 성과를 보여왔다. 올초 방송된 신년특집극 <내사랑 토람이>는 <유행가가 되리>와 함께 ‘상하이 티브이 페스티벌’ 본선에 진출했으며, 지난해 말 방영된 창사특집극 <홍 소장의 가을>은 ‘휴스턴 국제 필름 페스티벌’에서 금상을 받았다. 올 가을께 에스비에스도 ‘단막극 부활’이라는 기조로 새로운 형식의 드라마를 내보일 예정이다.

(왼쪽부터) 한국방송 , 에스비에스 신년특집극 <내사랑 토람이>

대형작도 질세라

불멸의 이순신·해신·토지 등 인기 속 방송사들 50부∼100부작 기획 잇달아

부활하는 단막극들이 안방극장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고 있으나, 짧게는 40~50부에서 길게는 100부작까지 가는 역사·정치·문예 소재의 대형 드라마들도 꾸준히 만들어지고 있다. 단막극이나 대형 드라마나 가벼운 트렌디물에서 벗어나 새 형식에 새 소재를 담으려는 긴 흐름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한류 바람을 바탕으로 블록버스터급 물량공세가 가능해진 제작환경이 한 요인이지만, 최근 방송사의 재정난으로 인한 제작 환경 악화는 이런 흐름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이에 따라 일부 대형 드라마는 축소 제작되기도 하지만, 꾸준히 대형작을 기획·제작하는 것은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광고 유치 목표 때문이다.

현재 대형 드라마의 선두 주자는 한국방송이다. 예전부터 명성을 쌓아온 시대극의 성과를 밑돌로 현대적인 요소를 더한 <불멸의 이순신>과 <해신>이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불멸의 이순신>은 경쟁 드라마에 견줘 독보적으로 앞서가고 있으며, <해신>은 폭넓은 호응에 따라 1부가 늘어난 51부작으로 오는 25일 마무리된다.

지난달 23일 시작한 문화방송 40부작 <제5공화국>은 <불멸의 이순신>과 뜨거운 경쟁을 벌일 참이다. <제5공화국>에 앞서 100부작으로 시작됐다 70부로 조기종영된 <영웅시대>는 정치적 외압설이 일기도 했으나, 저조한 시청률에 견줘 막대한 제작비를 지출하는 부담 탓도 컸다. 올해 하반기에는 고려시대를 배경으로 한 100부작 <신돈>이 방송될 예정이며, 70부작 <삼한지>도 기획 단계에 있다.

에스비에스는 지난해 80부작에서 50부작으로 조기종영한 <장길산>으로 실패를 맛 봤으나, 현재 방송 중인 <토지>는 애초 70부작으로 기획됐다가 50부로 시작했음에도 높은 시청률에 힘입어 2부를 늘려 오는 22일 마무리 된다. 또 올가을에는 50부작 <서동요>를 방영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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