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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시 대 사무라이, <아라가미>
김나형 2005-05-10

사무라이와 아라가미가 함께 꾸는 나비꿈.

“동일한 상황과 소재를 놓고 두명의 감독이 각기 다른 이야기를 만들게 하자.” 이같은 요지의 기획안을 집어든 가와이 신야. 쓰쓰미 유키히코와 기타무라 류헤이 두 감독에게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두 사람의 죽음을 각오한 대결’이라는 과제를 던졌다. 과제는 ‘듀얼 프로젝트’(Duel Project)라 명명됐고, 두 감독은 자신들이 만들어낸 주인공들마냥,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대결을 벌여야 하는 운명에 처했다.

기타무라 류헤이는 싸움의 신과 평범한 인간간의 무협 판타지를 골랐다. 이상한 신사에 머물게 된 한 사무라이가, 자신이 사람을 잡아먹는 ‘텐구’이자 싸움의 신 ‘아라가미’라 주장하는 막강한 남자와 서로의 목숨을 놓고 대결하는 것이 줄거리다. ‘아라가미’라는 인물은 인간세계에서 자신의 이름이 ‘미야모토 무사시’라 한다. 일본의 ‘검호’라 불리는 ‘미야모토 무사시’는 검으로 세상을 해쳐나가며 검으로 도에 이른 무사의 표상이다. <소녀검객 아즈미 대혈전>에서 무사시를 근본정신으로 삼았던 류헤이는, <아라가미>에선 아예 그를 육화시켜 내러티브를 만들었다.

그 모습을 살피는 것이 영화의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다. ‘아라가미’와 ‘사무라이’의 대결은 결국 ‘무사시 대 사무라이’라는 구도를 그린다(싸움에 패한 적이 없다는 무사시는 실제로 사무라이가 아닌 낭인이었다). 무사시는 자신을 ‘신’의 위치에 놓고 ‘인간’과 ‘사무라이’를 비웃으며, “인간은 별것도 아닌 명분 때문에 수만명을 죽이지 않느냐”, “눈에 보이는 것만이 진실이 아니다”고 말한다.

니토류(二刀流)의 창시자인 그가 두개의 검으로 싸우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무사시를 주인공으로 한 게임이나 만화도 심심찮게 연상된다. 두 남자의 대결은 컴퓨터 게임 <검호>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하고, 아라가미가 사무라이 앞에 벌여놓은 무기 중엔 만화 <배가본드>의 ‘시시도 바이겐’이 사용하던 사슬낫이 있는 식이다.

그 위에 기타무타 류헤이의 최고 미덕인 날카로운 대사와 썰렁한 농담이 활약한다. 류헤이는 그 두 가지를 이용해, 두 남자 사이의 팽팽한 긴장을 당기고 늦춘다. 진지함으로 당기고, 웃음으로 늦추고, 늦춰졌다 싶으면 다시 당기기를 반복한다. 요즘 일본에서 유행하는 테크노 음악과 시원한 기타의 록 넘버가 더해지면 더욱 신이 나고, 마지막의 화려한 결투장면에 잠시 감탄하다보면 어느덧 결론에 이르러 있다. 너는 곧 나고 나는 곧 너니, 그 정신은 언제고 계속되리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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