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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K그룹 이미옥 동지에게, <신입사원>

동지여! LK그룹이 자행한 부당노동행위에 맞서 싸우느라 얼마나 힘든 나날을 보내고 계십니까. 극심한 고용불안과 각종 차별대우에 시달리면서도 노동법이나 노동조합 같은 최소한의 보호막도 없이 살아가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로서, 이미옥(한가인) 동지에게 뜨거운 연대와 격려의 마음을 보냅니다.

지난 5년 동안 열심히 일했던 직장에서 ‘나가달라’는 말을 듣고도, 매일 아침 출근해 책상에 앉는 이의 심정을 당해보지 않은 사람이 어찌 헤아릴 수 있겠습니까. 마주치는 사람마다 ‘능력도 없는 주제에 밥 숟가락 얹으려고 한다’고 손가락질하는 것 같아 참담한 심정으로 사무실에 앉아 있노라면, 하루에도 수십번씩 ‘때려치우고 집에 가겠노라’ 소리를 지르고 싶기도 할 것입니다. 거리낌없이 당당하게 드나들던 회사 로비에서 1인 시위를 하는 건 또 어떻습니까. 노동자의 신성한 생존권 투쟁에 대해 ‘미관을 해친다’며 혀를 끌끌 차는 경영진의 행태는 물론이요 안쓰럽게 쳐다보는 동료와 선후배들의 시선도 감당하기 힘들 것입니다.

그래도 얼마나 속시원하던지요. 비정규직 여사원들만 입는 촌스런 유니폼을 과감히 벗어던지고 개성을 마음껏 드러낸 옷차림으로 적들의 뒤통수를 세게 후려친 동지의 결단에 박수를 보냅니다. 안경 뒤에 숨어 있던 화사한 얼굴과 나풀거리는 치마로 송 이사(김일우)를 비롯한 뭇 남성들의 혼을 쏙 빼놓고도, ‘겉모습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바보’라는 듯 싸늘하게 일별하는 모습에 감탄사를 연발했더랬습니다.

저는 보았습니다. 당신이 없는 자리에서 송 이사가 이봉삼(오지호)과 더불어 당신을 모욕하는 장면을. “계약직 여사원 따위에 연연해서 일을 그르치지 말라”고 충고하는 모습을. 그렇습니다. ‘계약직 여사원’들은 현재 한국사회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 중에서도 가장 극심한 차별과 불합리한 노동조건을 견디는 사람들입니다. 고백합니다. 저 역시 회사 밖을 나서면 비정규직 노동자라는 것을 밝히지 않은 채 회사의 ‘간판’에 연연하며 저 자신을 속였습니다. ‘능력’을 보여주면 언젠가는 정규직으로 전환되리라는 망상에 빠진 적도 있습니다. 정규직/비정규직을 분리해 차별하는 것이 개인의 능력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데도 말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압니다. 비정규직을 선호하는 기업과 이를 묵인하는 사회가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는다면, 같은 문제가 영원히 되풀이되리라는 사실을.

그러니 동지여! 재계약을 도와주겠다며 접근하는 송 이사의 감언이설은 못 들은 체하시고, 사랑하는 여자의 노동자로서의 존엄성에 대해 관심없는 이봉삼 따위도 멀리하시고, 당장 주변의 비정규직 동료들을 만나십시오. 회사쪽이 자신의 생존권과 일할 권리를 손쉽게 박탈당할 수 있는 현실을 깨닫게 하십시오. 화장실에 모여 온갖 악성 루머를 확대전파하는 데만 관심을 쏟을 여유가 없다고도 하십시오. 민주노동당의 단병호 의원이 “이미옥씨를 복직시키라”고 말했다 들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 비정규직 법안과 관련한 노사정 회의가 막판 진통을 겪고 있다 합니다. 우리의 문제에 관심을 쏟는 이들이 많은 것은 다행입니다. 그러나 오늘도 꿋꿋하게 일하고 있는 ‘비정규직 여사원’들의 자존심과 미래를 짓밟는 일이 어디선가 벌어진다면, 누구보다 우리 둘이 손 꼭 잡고 달려가 적들의 똥꼬에 회복 불가능할 긴 똥침을 놓아줍시다.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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