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PiFan) 정상화의 마지막 불씨가 사라졌다. 지난 4월25일 오후 영화인회의는 PiFan 정상화에 대한 논의가 결렬되었음을 PiFan 조직위원회에 최종통보했다. 부천시의 제의로 시작된 이번 논의는 지난 4월9일 홍건표 부천시장과의 회동에서 영화인회의가 영화제 정상화를 위한 최소 조건인 이사회 총사퇴와 재구성, 정관 개정, 새로운 집행위원회 구성과 집행위원장 인선, 프로그래머와 실무진의 재임용 등 4개 조건을 협상안으로 제시했다. 이후 13일에 개최된 이사회를 통해 부천쪽은 이를 모두 수용하기로 답했고, 양쪽은 곧바로 실무협의에 돌입했다. 그러나 22일 부천시는 돌연 이를 번복하고 정관개정과 프로그래머 2인 수용이라는 수정안을 공문으로 발송했다. 그리고 리얼판타스틱영화제 2005(이하 리얼 피판)와 PiFan의 화해는 파국을 맞았다.
홍 시장은 이후 26일 부천 지역언론과의 기자회견에서 “협상 중 이사회 총사퇴를 받아들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협상 참여자들에 의해 이는 홍 시장의 거짓말임이 밝혀졌다. 덧붙여 “영화인들이 PiFan을 자신들의 소유물로 여겨서는 결코 안 될 것”이라는 그의 발언은 이번 사태에 대한 부천시쪽의 입장을 드러낸다. 한 관계자는 “영화인들이 PiFan을 소유물로 여길 하등의 이유가 없다. 정작 홍 시장이 영화제를 자신의 소유라고 생각하는 것이 계속된 파행의 본질”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국내 영화계 및 관객과 더불어 PiFan의 파행에 대해 강력히 항의해온 유럽판타스틱영화제연합은 칸영화제에서 총회를 개최하고 양쪽을 불러 PiFan의 제명여부를 가리는 공청회 개최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것이 현실화되면 PiFan은 시민참여만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고 주장하는 부천시쪽이 강행하지 않더라도 ‘국제’라는 명칭을 ‘시민’으로 변경해야 할 판국. 리얼 피판쪽은 예정대로 7월에 필름포럼에서 독자적인 영화제를 개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