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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덜군 투덜양] 공보(公報)영화를 아십니까, <머시니스트>

투덜군, <머시니스트>가 혼돈시킨 장르구분을 재정의하다

그냥 주인공의 직업이 기계공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머시니스트>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이 영화. 이건 마치 <밀리언 달러 베이비>에 <권투人>이라고 제목을 단 형국이긴 하다만, 뭐 별로 투덜거릴 것은 없음이다. 왜냐. 그것은 이 영화의 정체를 파악하는 데 제목보단 장르명이 훨씬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한데 일각에서 이 영화의 장르에 대해 오해가 좀 있는 것 같아 이 자리에서 바로잡고자 한다.

우선 이 영화를 공포영화로 분류하는 것이 그 첫 번째 오해다. 이 영화는 공포영화가 아닌 ‘공보(公報)영화’다. 그렇다. ‘국가기관에서 국민에게 각종 활동사항에 대하여 널리 알림’의 그 공보 말이다. 그럴 만큼 이 영화가 120여분의 상영시간 말미에 내놓는 결론 및 주제 및 메시지는, ‘아니, 내가 저 얘기 들으려고 지금까지 저걸 보고 있었단 말인가’ 하는 회의를 안기기에 충분한 매우 공익광고협의회스러운 것이었다. 대체 무슨 결론이기에 그러냐고? 그런 거 얘기하면 스포일러라니까 얘기하지 않겠다만, 어쨌든 그건 공포 같은 것과는 거의 상관없다.

스포일러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많은 분들이 이 영화가 ‘반전(反轉)무비’일 것이라는 또 하나의 오해를 하고 있다. 그러나 <머시니스트>의 정확한 장르명은 ‘퍼즐무비’다. 이 ‘퍼즐무비’라는 장르는, 처음엔 반전무비를 만들고 싶었으나 그걸 자칫 반전이랍시고 내놨다가는 무슨 돌을 맞을지 알 수 없는 관계로다가 결말보다는 중간 내용을 꼬아놓는 데 더 치중하게 된, 슬프고도 애달픈 사연을 안고 있는 장르다.

<머시니스트> 역시 그러한 퍼즐무비적 특성을 잘 보여주고 있어, 불면증, 꼬리를 무는 사고, 수수께끼 같은 포스트 잇, 피 흘리는 냉장고, 갈림길, 데자뷰, 사진 등등등의 단서를 사방에 흩뿌려놓고 관객을 헷갈림의 도가니탕 속에 빠뜨려놓는다. 그리고 막판에 ‘그건 사실 이런 거였어요’라는 결론을, 이게 행여 반전으로 오해되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 두볼을 발그레 붉히며 수줍게 내어놓는데, 이 결론과 단서 쪼가리들을 맞춰보던 관객은 오히려 더욱 큰 혼란의 도가니탕에 빠지며 급기야는 자신의 두뇌 기능을 의심하기에 이르게 된다. 부디 그러지 마시길. 이 영화가 단서랍시고 내놓은 것들 대부분이 영화의 ‘퍼즐’을 푸는 데는 하등의 관계가 없는 쓸데없는 군더더기일 뿐이니까 말이다. 그러니 영화를 복습해보면 더 헷갈리기만 하는 거지. 한마디로 이 영화, 퍼즐무비인 것까진 맞는데 퍼즐을 다 맞추고나도 불필요한 퍼즐 조각들이 왕창 남아도는 그런 퍼즐이라는 얘기다.

어쨌든 무려 30kg씩이나 체중을 줄여가며 이 시나리오를 참아내고 연기를 한 크리스천 베일이나, 그 진부한 캐스팅으로 인해 또다시 창녀 역을 맡게 된 제니퍼 제이슨 리나, 각종 스트레스 받아가면서 이 영화를 보는 관객이나 다들 고생이다. 이 화창한 계절에 이게 웬 민폐란 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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