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한 친구 때문에 곤란을 겪는 평범한 학생의 이야기라면 역시 촌철살인의 유머 감각이 압권인 <삐리리~ 불어봐! 재규어>를 떠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읽는 사람은 재규어가 아닌 평범한 키요히코에게 감정 이입을 하게 된다. 아무리 재규어가 주인공이라 해도, 그렇게 비상식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에게 감정 이입을 한다는 것은 웬만한 정신 상태로는 쉽지 않다.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던 <오늘부터 우리는>과 <건방진 천사>의 작가 니시모리 히로유키의 작품인 <도시로올시다!> 역시 마찬가지다. 도시로는 세살 때 아버지를 따라 미국 네바다주 사막으로 가 자란다. 12년 만에 발견된 그는 어머니가 있는 일본으로 돌아오지만, 미국 물은 코로 먹었는지, 도시로는 옷차림이나 말투가 모두 옛 무사를 떠올리게 한다. 주인공이기는 해도, 저렇게 괴상한 인물에게 감정 이입을 할 수는 없기 때문에 평범하고 소심한 소년 켄스케의 비중이 클 수밖에 없다.
사극에나 나올 법한 말투로, 늘 결전의 상대를 찾아다니는 도시로는 언제나 진지한 얼굴이다. 하지만 도시로의 진지한 얼굴은 어딘가 <안녕! 프란체스카>의 프란체스카가 짓는 무표정을 연상케 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실없이 웃게 만든다는 뜻이다. 목숨을 바쳐 지킬 주군도 없는데 도시로는 혼자 무사도를 지켜가겠다고 한다. 자신만만하게 “미안하지만 나는 싸우는 재주밖에 없는 남자라네”라고 말하는 도시로지만, 평범소년 켄스케의 말마따나 “필요없어! 그런 사람은 일본에 필요없단 말야!” 꿩 대신 닭이라고, 주군으로 모실 만한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 도시로는 켄스케를 위해 싸우겠다고 호언한다. 켄스케는 도시로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자기도 모르게 도시로와 어울리는 것은 물론이요, 도시로의 싸움에 말려들기까지 한다.
켄스케가 한 여학생에게 보호본능과 연정을 동시에 느끼게 되면서 벌어나는 일들이 1권 뒷부분부터 2권에 이어 펼쳐진다. 여학생을 구하고 혼자 뿌듯해하는 켄스케를 본 도시로가 특유의 의미심장하고 비장한 표정으로 “좋은 일이 있었는가? 뭔가를 이루어낸 사내의 얼굴이군”이라고 말할 때 어이없음과 동시에 가슴이 찡해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면, 당신도 도시로의 친구가 된 것이다. 당신이 그 사실을 좋아하건, 그렇지 않건 간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