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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소녀의 10년만의 외출, <선데이 서울>의 배우 정소녀

시간이 많이 흘렀어도 이런 이름을 잊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정소녀. 사실 연기자보다는 텔레비전 오락프로그램의 명사회자로 더 잘 알려져 있던 그녀다. 하지만 근 10년 동안 영화 나들이를 하지 않았던 것이 꼭 역이 들어오지 않아서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굉장히 나이가 많아 보일 거라고 생각을 했는지 와서 보고 나더니 그냥 가더라고요. 나도 사실 대학생 딸이 있는데….” 이렇게 그 사이 들어온 역 중에는 실제로 그녀와 같은 연배의 엄마 역할도 있었지만 ‘너무 젊어 보이는 탓에’ 인연이 닿지 않았다.

이번 영화 <선데이 서울>의 출연은 경우가 좀 달랐다. “영화 자체가 70, 8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감독은 오랫동안 보이지 않던 배우를 찾는 것 같았고”, 그녀의 입장에서도 “얘기를 쭉 듣다보니 굉장한 야심을 갖고 있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어서 잠깐 출연해도 보람있을 것 같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노개런티가 아니었다면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한다. 일하는 재미가 먼저라는 말이다.

탤런트로 시작하여 사회자를 맡게 된 대한민국 여자 연예인 1호인 만큼 “연기자보다는 사회자가 더 편하다”고 생각하는 쪽이고, “연기는 탁 풀고 몰입을 해야 하는데, 정돈된 거 좋아하고, 게다가 스스로 내 연기를 보고도 저게 아닌데 할 때가 있어서… 활발하게 연기활동 하지 않는 이유가 바로 그거”라고도 말하는 정소녀가 이번에는 굉장히 편했다고 한다. 영화 속에 잠시 등장하는 이상한 가족의 엄마 역할에 꽤 재미있어 하는 눈치다.

그런데 문득 궁금해지는 건, 영화 제목이 <선데이 서울>이라…. 70, 80년대 활동했던 여자 연예인치고 이 가십 잡지에 이름 한번 안 올린 사람이 있을까? 그랬더니 옛날이야기 한 토막이 흘러나온다. “그렇죠. 잡지 이름이었죠. 예전에 제가 <선데이 서울>에 아주 단골손님이었죠. (웃음) 이때 주간지들이 날개 돋친 듯이 나갔었죠. 한창 활동 때는 매주 다른 잡지 표지에 번갈아 실렸어요. 거의 한주도 안 빼놓고 내 기사가 다 나왔죠. 칭찬도 있었지만, 거의 다 가십이죠. 고고장에서 누구누구 연기자들하고 모여서 밤새 놀았다더라, 이런 거. 그때 사실 우리는 남자하고 잘 어울리지도 않았는데 무슨 큰 기사처럼 그렇게 내고 그러니까, 20대 초반 나이였는데 억울하더라고… 그렇게 덤터기 쓰고… 가면 모든 돈은 내가 다 지불하고선… 소문은 나쁘게 나니까….”

지금은 그냥 웃으면서 할 수 있는 옛날이야기다. 지금 그녀에게 <선데이 서울>은 잡지가 아니라 영화다. 갑자기 걸려오는 전화. “영화 출연한다는 말을 듣고 여기 저기 방송사에서 전화가 온다”고 한다. 가야 되나 말아야 되나 망설이고 있는데, 옆에 있는 누군가가 다리가 참 예쁘세요, 라고 말한다. 소녀처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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