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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보고] 3D애니메이션, 드림웍스의 <마다가스카> 미리보기
글·사진 김도훈 2005-04-27

도시동물의 서바이벌 아프리카

아프리카 대륙의 남동쪽에 위치한 섬 마다가스카(Madagascar).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을 것만 같은 섬의 이름은 드림웍스가 내놓을 새로운 3D애니메이션의 제목이다. 그러나 <마다가스카>를 보기 위해 마다가스카로 갈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지난 4월8일(현지시각)에 ‘일부’ 공개된 <마다가스카>를 보기 위해서는 LA에서 털털거리는 작은 비행기로 갈아타고 1시간여를 더 날아야만 했다. “여러분, 우리는 곧 산호세에 착륙할 예정입니다.” 눈밑으로 펼쳐지는 것은 첨단공학의 세계인 실리콘 밸리. 드림웍스의 PDI 스튜디오는 숲과 강과 오피스 빌딩이 드문드문 섞여 있는 미래 도시에 비밀처럼 숨겨져 있는 것이다.

캘리포니아의 실리콘 밸리에서 만들어진 아프리카의 어느 섬 이야기는, 뜻밖에도 뉴욕으로부터 시작된다. 풍족한 먹을거리와 세심한 배려로 여유로운 도회지 생활의 모든 것을 누릴 수 있는 센트럴 파크의 동물원. 사자 알렉스(벤 스틸러), 얼룩말 마티(크리스 록), 기린 멜먼(데이비드 시머)과 하마 글로리아(제이다 핀켓 스미스)는 여느 뉴요커처럼 살아가는 전형적인 여피-동물이다. 다만 권태로운 삶을 사는 현대인, 아니 현대동물들은 일탈을 꿈꾸기도 하는 법. 얼룩말 마티는 남극으로 도피를 시도하는 사이코 펭귄 갱단을 따라 ‘야생’을 찾으러 길을 떠나고, 남은 3명의 친구는 마티를 찾아 동물원으로 귀환하기 위해 거리로 나선다. 갑자기 나타난 야생동물들로 인해 뉴욕 시민들은 혼비백산하고, 그랜드 센트럴역에 집합한 주인공들은 곧 인간들에게 생포된다. 진짜 문제는 인간들의 엇나간 정치적 공정성에서 비롯되고 마는데, 야생동물들을 고향으로 보내라는 동물보호론자들의 여론몰이로 인해 4명의 친구들은 그만 아프리카 어딘가로 보내지고 마는 것이다. 그들은 과연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온전히 살아남을 수 있을까. 여기서 화면은 멈추어버렸다. 그순간 전세계 기자들이 몰려든 PDI의 시사실은 원망 섞인 한숨으로 가득 찼다. 진짜 모험이 시작되는 순간에 툭 끊어져버리는 영화를 보는 것은 기자들에게도 쉬운 일은 아니었던 것이다.

최첨단 3D기법으로 살려낸 복고풍 스타일

가장 궁금했던 것은 ‘<마다가스카>가 3D애니메이션이 나아갈 새로운 진화를 얼마나 보여줄 것인가’ 하는 점이었다. 40분가량의 전반부를 훔쳐본 것만으로 <마다가스카>의 전모를 가늠하기란 쉽지 않았다. 다만, 한나절 동안 이어진 라운드 테이블 인터뷰에서 ‘카투닉’(Cartoonic: 만화 같은)이라는 단어가 끊임없이 귀에 들어왔다. “<슈렉>은 아름답고 완벽한 이미지를 구현하지만, <마다가스카>는 좀더 그래픽적이고 카투닉하다.”(켄달 크록하이트, 새넌 제프리스/프로덕션디자이너) “<슈렉>은 스타일리시했고, <마다가스카>는 좀더 카투닉하게 표현된 것이다.”(필리페 기럭만, 스캇 싱어/비주얼 이펙트) <마다가스카>의 스틸만 본 사람들은 이 애니메이션이 2D로 만들어진 것인지 3D로 만들어진 것인지 한눈에 분간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마다가스카>의 캐릭터들은 ‘최대한 실사에 가깝거나, 실사를 지향하는 기술적 발전’에 심혈을 기울였던 전작들과는 조금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마다가스카>의 캐릭터들은 몇개의 선으로 스케치북에 북북 그어서 그린 듯 간결한 모양을 지녔고, 온몸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충만한 만화적 자유를 과시한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기법은 ‘스트래치 앤 스쿼시’(Stretch & Squash). 이것은 캐릭터의 동작이 순간적으로 최대한 크게 뻗었다가 최소한으로 오므라들도록 만드는 것으로, 2D애니메이션의 캐릭터들이 구사하는 액션의 자유와 극단적인 감정변화를 3D애니메이션에 접목시킨 것이다. 마치 워너브러더스의 카툰 캐릭터처럼 <마다가스카>의 동물들은 신체구조에 개의치 않는 과장된 움직임을 보인다. 자연스레 전반적인 그림체 역시 50∼60년대 만화 스타일을 염두에 둔 복고풍이며, 이같은 스타일의 자유를 이용해서 PDI는 <슈렉> 시리즈로 절정에 이른 팝컬처적인 감수성을 마음껏 과시한다. 특히 사자 알렉스가 마취총에 맞는 순간 화면이 마술경처럼 분할되며 60년대 사이키델릭 영화의 재간을 흉내내는 (약물 중독적인)순간은 전반부의 백미 중 하나다. 제작진은 기술적인 발전이 일종의 한계에 다다랐다면 스타일의 변화로 그를 극복하려 하는 것으로 보였다. 비주얼 이펙트를 맡은 스캇 싱어의 말처럼 “<슈렉>으로부터 기술적인 요소들이 획기적으로 바뀐 것이 아니라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것”이다.

드림웍스의 호화캐스팅은 계속된다

드림웍스가 픽사나 이십세기 폭스의 스카이 스튜디오보다도 더욱 주력해온 호화 캐스팅은 <마다가스카>에서도 여전하다. 벤 스틸러, 크리스 록, <프렌즈>의 데이비드 시머, <매트릭스>의 제이다 핀켓 스미스가 그들의 스타덤을 흥겹게 재활용했고, 특히 크리스 록이 목소리를 담당한 얼룩말 마티는 배우의 이미지에 맞도록 애초의 캐릭터를 일부 수정하기도 했다(기린 멜먼은 기이할 정도로 데이비드 시머의 원초적인 캐릭터와 흡사하다). 하지만 드림웍스가 애용하는 화려한 스타들의 목소리 출연이 3D애니메이션의 생명줄을 갉아먹는 모종의 함정으로 작용할 수 있지는 않을까 하는 염려어린 질문에 프로듀서들은 자신에 찬 어조로 답변했다. “결코 그렇게 보지 않는다. 모든 관객이 단지 톰 크루즈를 보기 위해 <제리 맥과이어>를 본 것은 아니지 않은가. 자신의 영역에서 최고의 기량을 자랑하는 배우들을 캐스팅하는 경우에 빅스타 캐스팅이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루 종일 진행된 인터뷰는 기술자들의 공학적인 언어로 가득 차 있었다. 기술자인 동시에 예술가이기도 한 감독들(톰 맥그래스와 <개미>의 에릭 다넬)을 만난 자리에서 별안한 느슨한 질문이 튀어나왔던 것도 그에 대한 반작용이었다. “왜 하필 마다가스카인가?” 감독들은 웃으면서 답변을 내놓았다. “그냥 아프리카로 설정하면 식상했을 것이다. 그래서 마땅한 장소를 물색하던 중 마다가스카르 섬을 떠올리게 되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다가스카르가 실존하는 섬인지조차 모르고 있고, 사람들의 무지를 이용하면 마다가스카르를 우리가 원하는 상상 속의 장소로 만들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테이블에 앉은 감독들의 뒷벽에는 앙리 루소의 정글 그림이 걸려 있었다. 100여년 전 프랑스 어딘가에 살았던 초현실주의 화가의 비전이 실리콘 밸리의 최첨단 오피스 건물 속에서 되살아난 것이다. 그렇다면 <마다가스카>는 3D애니메이션 산업이라는 약육강식의 정글 속에서 드림웍스가 꾸는 새로운 꿈일까. <마다가스카>는 오는 5월27일 전미 개봉을 거쳐, 7월15일이면 한국에서도 숨겨진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PDI와 글렌데일 스튜디오

왜 드림웍스는 두개의 3D애니메이션 스튜디오를 소유하고 있는가?

지난해 공개된 <샤크>는 LA에 자리한 드림웍스 본사(글렌데일 스튜디오)에서 만들어진 최초의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이었다. 왜 드림웍스는 픽사에 맞먹을 만한 기량을 지닌 PDI 스튜디오를 제쳐두고 글렌데일 스튜디오를 창립한 것일까. 혹시 PDI 스튜디오도 디즈니로부터 독립하려는 픽사처럼 드림웍스로부터 독립을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해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PDI는 픽사처럼 하나의 독립된 스튜디오가 아니다. <마다가스카>의 테레사 청 프로듀서에 따르면 “드림웍스가 PDI를 소유하는 형태로 4 대 6의 지분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결국 글렌데일과 PDI는 모두 드림웍스가 소유하고 운영하는 스튜디오”인 것이다. 드림웍스가 두개의 스튜디오를 따로 운영하는 이유는 자체적 경쟁력을 증가시키기 위해서다. 드림웍스는 두 스튜디오의 고급인력을 고루 사용할 수 있으며, 자연히 만들어진 스튜디오간의 경쟁을 이용해 역량을 키워나갈 수도 있다. 3D애니메이션의 황태자로 군림하고 있는 픽사에 대응하기 위한 후발주자의 전략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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