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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극장가, 자국영화 열풍
박은영 2005-04-20

<나이트 워치> <터키시 갬빗> 등 자국영화의 기록적인 흥행 잇달아

<터키시 갬빗>

러시아 영화계가 심상치 않다. 지난해 러시아산 블록버스터 <나이트 워치>가 기록적인 흥행을 거둔 데 이어, 지난 3월에 개봉한 시대극 <터키시 갬빗>이 흥행 기록을 갈아치우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러시아에서는 지난해 <반지의 제왕>을 제치고 <나이트 워치>가 최종 1600만달러의 수익을 올린 것이 대단한 사건이었는데, <터키시 갬빗>은 1900만달러를 벌어들인 개봉 6주째에도 300개 이상의 프린트로 상영 중이어서, 2000만 달러 고지를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이 밖에도 거대 예산의 장르영화들이 줄줄이 제작되고 있어, 러시아 극장가에서 ‘자국영화 열풍’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최대 방송사 <채널 원>이 제작한 <터키시 갬빗>은 19세기 러시아와 터키의 전쟁을 배경으로 한 유쾌한 시대극이다. 원작소설의 인지도 덕을 본 <터키시 갬빗>은 이 밖에도 “TV를 통한 홍보, 최신식 촬영, 러시아 고유의 주제” 등 <나이트 워치>의 흥행 요인을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러시아 최고의 인기 배우들로 친근감을 높이고, 유능한 외국 스탭들을 대거 동원, 기술적인 뒷받침을 유도한 팀 구성도 주효했고, 365벌의 프린트를 동원한 대규모 개봉의 덕도 보았다. <채널 원>은 “국민들이 러시아산 영화를 신뢰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자부심을 갖고 영화를 만들고 있다. 하루 1∼2회 상영하는 극장가에서 2천만달러 수익이 가능하다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DVD 선주문이 130만건이나 들어와 있다”면서, 이 영화의 비상한 흥행에 고무돼 있다.

러시아 영화계는 1990년대 중반까지 제작 부진과 흥행 부진의 악순환에 시달렸으나 영화진흥기구에서 적극적인 자국영화 제작 지원 활동을 벌인 결과, 연간 제작 100여편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다. 흥행 신호탄은 지난해 개봉한 흡혈귀 소재의 판타지스릴러 <나이트 워치>였다. 그 기록을 다시 깨뜨린 <터키시 갬빗>을 비롯, 최근작들은 제작 규모도 커지고 장르도 다양해지고 있다. 권투 드라마 <섀도 복싱>은 개봉 18일 만에 712만달러를 벌어들였고, <도망자>의 리메이크인 <포베그>도 나흘 동안 100만달러를 벌어들였다. 자동차 경주 드라마, 스파이스릴러 등이 제작되고 있으며, 촬영 대기작 중에는 1천만달러 이상의 제작비를 들일 <몽골>이 눈에 띈다. 칭기즈칸의 생애 3부작 중 1편이 될 <몽골>은 현재 합작 파트너로 예정됐던 몽골 내부에서 “역사적 진실이 없는 시나리오”라며 거부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카자흐스탄으로 촬영지를 옮기는 방법도 고려 중이다. <몽골>에는 <와호장룡>과 <영웅>의 프로듀서였던 필립 리가 참여, 중화권의 스턴트와 시각효과 기술을 보탤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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