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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을 탈수록 재미도 늘어가는 드문 오락거리, <아나콘다 2>
김도훈 2005-04-12

8년 만에 돌아온 아나콘다. 더 강해지고 더 많아졌다.

1997년작 <아나콘다>는 세월을 탈수록 재미도 늘어가는 드문 오락거리다. 제니퍼 로페즈, 오언 윌슨, 아이스 큐브 등 지금은 A급 스타가 된 배우들이 B급 괴물영화 속에서 허둥대는 모습을 보는 즐거움도 그렇거니와 CG 아나콘다보다도 더 강렬한 존재감을 발휘하는 존 보이트는 명불허전이다. 8년 만의 속편도 슬리퍼 히트 이후 DVD로 짭짤한 판매량을 기록한 전편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전편만한 속편 없다는 속설은 어떨까.

전편이 미지의 아마존 부족을 찾아나선 다큐멘터리팀을 아나콘다의 제물로 바쳤다면, <아나콘다2: 사라지지 않는 저주>는 희귀식물을 찾아나선 제약회사 직원들을 보르네오의 정글로 밀어넣는다. 불로장생 약재인 전설의 ‘혈난초’를 찾아나선 직원들은 우기에 강을 거스르는 위험한 항해를 위해 낡아빠진 배에 승선한다. 7년에 단 한번만 꽃을 피우는 혈난초는 까다로운 식물이라 2주가 지나면 져서 자취를 감출 셈이다. 급박한 일행이 위험을 무릅쓰고 최단코스를 선택했더니 배는 폭포를 만나 좌초하질 않나, 일행은 사사건건 다투질 않나, 갑자기 나타난 괴물뱀은 성찬을 앞에 두고 활개를 치기 않나, 일이 꼬여만 간다. 게다가 짝짓기를 맞아 하나둘씩 모여든 아나콘다들은 혈난초를 먹고서 비정상적으로 커지고 강해진 상태이다. 이제 살아남기 위해서 일행은 정글을 두발로 걸어서 빠져나가야만 한다.

전편과 마찬가지로 <아나콘다2…>에서도 인간의 진짜 적은 인간이다. 리더인 잭(매튜 매드슨)은 팀을 희생하고서라도 혈난초를 차지하려는 야욕을 슬금슬금 드러낸다. 문제는 순진한 박사/악당 캐릭터가 그리 위협적이지 않다는 사실인데, 무소불위의 카리스마를 휘두르던 전편의 뱀사냥꾼이 없으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대신 거대한 뱀들의 역할은 더 늘어났다. 전편보다 절반 정도 줄어든 제작비 때문인지 과감하게 태양빛 아래서 설치는 특수효과는 부족하지만, 아나콘다 무리가 난교를 벌이는 마지막 장면은 인류의 파충류 공포증을 작정하고 건드린다.

꼭 비키니 차림의 제니퍼 로페즈와 존 보이트가 그리워서는 아니지만, 여기에는 전편처럼 B급 영화광들의 목록을 채울 만한 매력이 부족하다. 대신 <아나콘다2…>는 암흑의 심장으로 관객을 데려가서 놀라게 하는 데 성실하게 힘을 쏟는다. 보르네오(실제로는 피지)의 정글이 많은 몫을 했겠지만, 저예산 롤러코스터로서는 충분히 탑승할 만한 후속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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