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쿼터를 비롯한 문화다양성 보호를 위한 대책 마련에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는 비난에 문화관광부가 궁지에 몰렸다. 4월7일,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문화다양성 협약, 각국의 문화정책을 국제법으로 보장할 수 있는가’라는 주제의 세미나에 참석한 발제자와 토론자들은 미국의 패권적인 문화독점을 견제하기 위한 문화다양성 협약 논의에 있어 주무부처인 문화관광부가 눈치보는 데 급급하다고 지적했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는 “문화다양성 협약에 관한 논의에 있어 현재 문화관광부의 입장은 대세가 결정되고 난 다음에 손들겠다는 식이다”라며 “공세적인 문화정책을 펴야 한다”고 주문했다.
유네스코가 지난해 7월 초안을 마련한 문화다양성 협약은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아래서 전 분야에 걸쳐 예외없이 개방을 요구하는 미국을 견제하기 위한 조치로, 10월 유네스코 33차 총회에서 채택 여부가 결정된다. 현재는 협약이 당사국의 권리와 의무보다 먼저일 수 없다는 미국, 일본 등의 주장과 문화적 다양성이 심각하게 위협받는 경우 협약이 실질적인 효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는 프랑스, 캐나다 등의 입장이 대립하고 있다.
이날 세미나에선 “현재 국익을 고려해 신중하게 입장을 검토하고 있다”는 이성원 문화관광부 문화정책국장의 발언도 도마에 올랐다. 그는 프랑스와 캐나다도 올해 1월에 “절충안을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양기환 세계문화기구를 위한 연대회의 집행위원장은 “프랑스와 캐나다가 고려하겠다는 제3의 안은 절충안이 아니라 협약의 강제성을 더욱 강화하는 것”이라 지적하고,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하는 문화관광부를 향해 “힘이 없으면 논리라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소속 4당 위원들이 공동으로 주최한 이날 자리에는 안성기, 문소리, 정진영, 김홍준, 이춘연, 이은 등 영화인들 외에도 200여명이 넘는 청중이 참석했다. “지난해 스크린쿼터를 완화하는 쪽으로 해당 부처와 합의했다”는 4월4일 강철규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의 발언에 이어 4월6일 정부가 ‘선진통상국가 추진과제’를 내놓으면서 올해 10월까지 영상분야 개방안을 확정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