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수술로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돌아간 사람이 다섯 가지 감각으로는 느낄 수 없었던 새로운 세계를 바라보게 된다. 심령과학이나 SF소설에서 어렵지 않게 만나는 착상이고, 흔하디 흔한 영매사 이야기로 끝나기 쉬운 설정이다. 3권까지 나온 지금에도 야마모토 히데오의 <호문쿨루스>가 이 구태의연함을 완전히 벗어났다고 장담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이 만화가 열고 있는 색다른 ‘틈’만큼은 충분한 흥미를 끌고 있다.
노숙자 천국인 공원 근처에서 자동차를 터전으로 삼고 있는 양복쟁이 홈리스 나코시는 어느 날 수상한 남자에게 제안을 받게 된다. ‘트리퍼네이션’이라는 뇌에 구멍을 뚫는 수술에 참여한 뒤에 그 결과를 알려주면 금전적인 보상을 해주겠다는 것이다. 모든 만화가 그렇듯이 처음에 나코시는 미친 소리로 여기고 거절하지만, 결국 남자의 계략에 얽혀 수술을 받게 된다. 수술이 끝나고 눈을 뜬다. 뭐야, 아무것도 안 보이잖아. 그러나 곧이어 깨닫게 된다. 한쪽 눈을 가렸을 때에만 보이게 된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기괴한 괴물들이다. 귀신이나 유령과도 다른 족속들이다.
나코시는 길거리에서 커다란 덩치의 야쿠자 두목을 만나면서 자기 힘의 본질을 깨닫게 된다. 이 야쿠자는 겉보기엔 냉정해 보이고 걸핏하면 손가락을 담가버리겠다며 소리치고, 실제로도 수많은 사람들의 손가락을 잘라서 보관하고 있지만 어쩐 일인지 나코시의 눈에는 로봇 갑옷을 입은 어린아이가 자신의 새끼손가락을 자르려는 것처럼 보인다. 야쿠자를 추궁한 나코시는 결국 그가 어린 시절 친구의 손가락을 실수로 자른 뒤에 그 죄책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위악적인 행동을 해왔다는 것을 알게 된다.
목이 주름물통처럼 납작해져 있는 부인, 하늘하늘 종이처럼 팔랑거리는 남자, 장막 같은 날개를 편 사람…. 나코시의 외눈이 보고 있는 것은 이 세계의 존재가 아니라 현실을 살아가는 인간들의 깊은 무의식이다. 프로이트의 머리로 바라본 세상을 달리의 붓이 그리고 있는 셈이랄까? 그렇다면 과연 그의 눈에는 내가 어떤 모습으로 비칠까? 적어도 이러한 고민을 독자에게 던져준다면 이 만화는 충분히 그 가치를 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