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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걸작선] 유현목 감독의 코미디 감성, <몽땅 드릴까요>
이승훈( PD) 2005-03-31

<EBS> 4월3일(일) 밤 11시45분

제3회 백마상 신인여우상

오랜만에 유현목 감독의 코미디영화가 방영된다. 한국영화가 쇠퇴기로 접어드는 1967년경부터 연간 250여편의 영화들이 제작될 정도로 거품이 일었던 시기다. 그러다보니 흥행이 되지 않는 작품들은 거의 기획조차 힘들었고, 이 무렵 한국의 예술파 감독인 유현목도 <공처가삼대> 등 몇편의 코미디영화를 만든다. <몽땅 드릴까요>는 1964년 민중극장에서 초연되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는 희곡작가 박조열의 <토끼와 포수>가 원작인 유현목의 보기 드문 코미디영화다.

노총각 화가 장훈(김진규)이 과부 민 여사(조미령)와 딸 미영(손방원), 가정부(안인숙) 등 세명의 여자가 사는 집에 세들어오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그리고 장훈과 민 여사는 내심 서로 좋아하면서도 겉으로는 항상 으르렁거리는 사이이고, 일찍 아버지를 여읜 미영은 장훈을 아버지처럼 따르고 좋아한다. 민 여사의 거실과 마당, 민 여사와 장 화백의 방을 주된 공간으로 삼아 풀숏 위주로 보여주는 방식은 상당히 연극적이다. 민 여사와 장 화백의 갈등을 기본 축으로 삼아 이야기를 진행시키면서 미영과 그녀의 애인인 어벙한 곤충학자 기호(오현경), 거기에 가정부가 두 사람 사이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양념처럼 해낸다. 콤비 양훈과 양석천을 등장시켜 희극의 맛을 배가시키고, 중후한 모습의 김진규가 아닌 능글맞고 뻔뻔한 김진규의 캐릭터가 너무나 잘 빠진 미끈한 희극이다. <오발탄> 등의 리얼리즘 방식의 유현목 영화만을 기억하는 이들에겐 모던하고 깔끔한 유현목의 소품 한편을 만나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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