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를 넘긴 여성들의 최대 고민은 무엇일까. 성적 욕구? 경제적 독립? 사랑? 현실에서는 결혼이 이 세 가지 고민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가장 안전한 길이라 인식되지만, 사실 결혼은 이 모두를 불만족 상태에 머무르게 하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이 세상에는 모든 고민을 해결해줄 동화 속의 왕자님이 결코 존재할 수 없음에도 여전히 그 왕자님과의 결혼을 포기하지 못하는 것. 때문에 수많은 그녀들의 이야기에는 성과 경제와 결혼이 함께 붙어다닌다. 그것이 과장된 성 그 자체만 존재하는 남성 중심적인 ‘침대 이야기’들과 다른 점일 것이다. 역시 자극적인 제목과는 달리 영화의 내용은 여성의 성이 아니라 위의 고민을 한번에 해결하려는 여성들의 좌충우돌 에피소드들로 채워진다.
별다른 준비도 없이 갑작스런 독립을 하게 된 세 여성들. 그녀들에게는 480유로와 낡은 차 한대뿐이다. 부동산을 전전하지만 그 돈으로는 마땅한 집을 찾을 수 없다. 온갖 아르바이트를 해보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결국 그녀들은 허름한 집에서 잠시 머물기로 결정한다. 부모의 도움없이, 변변한 직장 없이는 찢어진 렌즈도, 자판기 커피 한잔도 생계의 부담임을 코믹하게 보여주는 영화의 초반에는 씁쓸한 현실성이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 가난한 독립 여성들이 난국을 해결해가는 방식이다. 그녀들의 관심은 오로지 하나, 돈 많고 잘 나가는 남자를 잡는 것이다. 게다가 영화는 진정한 사랑에 대한 깨달음을 이러한 세속적인 관심 곳곳에 끼워넣음으로써 그 비굴한 현실을 달콤한 로맨스로 치장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그러므로 여기에는 격렬한 성적 논쟁거리도, 성에 대한 낄낄거림도, 발가벗은 몸도 없다. 성은 다만 수단이 될 뿐이다. 속편에 이르러 그녀들은 이제 오르가슴이 아닌 성을 통한 왕자님 확보에 관심을 돌리는 것이다.
영화는 ‘자기만의 방’을 찾으려는 이 세상 가난한 여성들의 험난하고 절박한 여정이란 백마 탄 왕자님의 등장이나 로또 당첨 같은 ‘행운의’ 무임승차에 의해서만 해결된다고 본다. 여성의 경제와 성을 분리하지 않겠다는 영화의 야망은 신선했으나 이야기는 결국 싱겁기 그지없는 신데렐라 성공담에 정착하고 만 것이다. 자기만의 방도, 부자 애인도 없는 젊은 여성들이 가난 속에서 내뱉는 슬프고 절박한 성의 이야기는 도대체 언제쯤 만나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