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의 통상협정을 위해선 스크린쿼터제 폐지 등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내용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보고서가 나돌자, 영화계 안팎에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영화시장 개방에 대한 경쟁정책적 고찰’이라는 이름의 이 보고서가 최근 책자로 만들어져 언론에 유포된 것과 관련해 스크린쿼터지키기영화인대책위(이하 영화인 대책위)는 지난 3월17일 성명을 통해 “보고서의 타당성 여부를 판단하지 않은 채 언론이 이들이 주장하는 바를 그대로 보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3년 배급시장 상황을 볼 때 독점적 사업자가 출현하지 않는 경쟁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며, 스크린쿼터를 폐지한다고 하더라도 한국 영화계가 우려하는 할리우드 배급사들의 일방적 독점은 어렵다는 점을 전제하고 있다. 할리우드 직배사가 끼워팔기 등을 강요해 극장의 영화선택 자유를 저해하거나 군소 영화배급사들의 시장 진입을 막는 등의 상황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영화인 대책위는 스크린쿼터제가 정착됨으로써 한국영화의 상영이 보장됐고 현재의 경쟁 구도가 형성될 수 있었다며, 할리우드 독과점을 견제할 장치인 스크린쿼터제의 폐지는 한국 영화산업의 급속한 몰락을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스크린쿼터 폐지 이후 할리우드 독과점이 강화될 때 사후규제가 가능하다는 논리 또한 국제통상협정 원칙을 고려하면 불가능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영화계에선 이미 지난해 연말에 한 차례 발표된 동일한 내용의 보고서가 한덕수 신임 부총리 및 재정경제부 장관 취임 직후 또다시 언론에 유포된 상황을 경계하고 있다. 1998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시절, 한 부총리는 스크린쿼터 폐지 발언을 내놓아 영화계 안팎에서 비판을 받은 적 있기 때문. 스크린쿼터 문화연대 양기환 사무처장은 “현재 외교통상부를 비롯한 정부, 여당인 열린우리당 등에서 전방위로 스크린쿼터제를 압박하고 있다”며 “문화, 교육, 의료 등 서비스 부문 개방을 추진하고 있는 참여정부는 기존 정책의 심각성을 인지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