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19일 55회 베를린영화제 금곰과 은곰들의 향방이 발표되기 한참 전부터 아니 올해 영화제가 개막되기 훨씬 전부터 알 만한 사람들은 이미 영화제의 진정한 승자가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그 이름은 베를린 시정부. 2월 초 발표된 한 보고서의 내용이다.
기업 컨설팅 회사인 매킨지는 2002년 베를린영화제 집행위원회로부터 스페셜 미션을 의뢰받았다. 영화제가 그 개최지인 베를린에 가져오는 반사이익을 조사하라는 내용이었다. 그로부터 1년이 훨씬 지나 매킨지가 내놓은 꼼꼼한 보고서는 국제영화제라는 행사가 한 도시의 관광수익과 이미지 홍보에 얼마나 직접적이면서 큰 효과를 가져오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일단 베를린영화제는 행사 기간 동안 베를린에 엄청난 관광수익을 보장해준다. 베를린이 11일 동안 누리는 베를리날레 특수의 총수입이 무려 3천만유로(42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일반 관광객보다 주머니가 두둑한 영화제 참가자들이 하루 평균 이 도시에 뿌리는 용돈은 200유로(28만원, 참고로 올해는 영화제 공식 게스트 수만 1만6천명이었다). 이에 더해 손님들의 하루 숙박비는 평균 178유로라는데, 이는 베를린 관광마케팅 주식회사의 통계다. 베를리날레 특수를 톡톡히 챙기는 데에는 이 도시의 하고많은 유흥업소들과 상점들, 택시회사들도 빠지지 않는다.
독일 호텔연맹의 페터 포겔 회장은 베를린영화제의 반사이익이 특히 베를린 시내 중심가에 집중되고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런 이유로 중심가에는 최고급에서 언더그라운드에까지 이르는 손님들의 취향을 만족시킬 수 있는 다양하고 독특한 호텔과 식당, 술집들이 몰려 있다는 것이다. 베를린 관광마케팅 주식회사의 나타샤 콤파츠키 대변인 역시 세계적인 스타들이 주로 찾는 특급 호텔에서 중급 호텔까지 손님들의 주머니 사정을 골고루 충족시킬 수 있는 각종 호텔들이 포츠담광장과 안할터역 근처에 몰려 있는 이유로 베를린영화제를 언급한다. 영화제 기간 동안 이 지역 호텔을 예약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에 가까울 정도다.
영화제가 진행되는 11일 동안 베를린은 세계 각국의 영화인들로 북적인다. 영화제 취재기자 수만 80여개국 3600명에 달한다니 이 기자들이 베를린을 배경으로 방송을 내보내고, 베를린발로 기사를 타전할 때 베를린시가 가만히 앉아 올리는 도시 홍보효과는 그 어떤 행사와도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엄청나다. 베를린시 경제부 대변인 크리스토프 랑 역시 이 점을 강조한다. 올해도 스타유치 노력이 지나쳐 이래저래 구설수에 올랐던 디이터 코슬릭 베를린영화제 집행위원장의 변명 아닌 변명을 들어보자. 베를린영화제에 참가하는 세계적 스타들은 행사 기간 동안의 기억들을 혼자 고이 가슴에만 품고 있지 않는다. 이런 스타들이 집으로 돌아가 곳곳에 전하는 베를린의 정취가 입소문을 타면서 새로운 독일, 새로운 베를린의 이미지 홍보라는 엄청난 파급효과까지 가져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