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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 보일의 어린이판 ‘돈을 갖고 튀어라’, 해외 신작 <밀리언즈>

마약쟁이의 방황과 질주하는 좀비의 공포를 거쳐 어린이의 영혼으로 육신의 정화를 꾀하다? <트레인스포팅>과 <28일 후…>의 대니 보일이 7살, 9살 두 소년을 주인공으로 삼은 예쁜 코믹소동극 <밀리언즈>를 만들었다. 대니 보일과 ‘어린이영화’의 궁합이라니, 그것도 코믹극이라는 건 좀 생뚱맞아 보이지만 촬영, 음악, 미술 등 주요 스탭들이 <28일 후…>에 이어 그대로 합류한 점이나 종교와 돈에 관한 대니 보일식의 성찰이 담겨 있다니 영 의외는 아니다.

영국은 파운드화를 유로화로 통합시킬 의지를 여전히 보이지 않고, 프랑스에선 유로화 통합과 함께 자국화폐의 유통을 보장한 적이 있지만 <밀리언즈>는 이들 조건이 사라지는 순간을 상상하며 들어간다. 파운드가 유로화로 통합되기 열흘 전, 9살 형 안소니와 7살 동생 데미안 형제가 기찻길 옆에서 놀다가 100만파운드(20억원)가 든 돈가방이 자기들 앞에 뚝 떨어지는 돈벼락을 맞는다. 현금수송열차를 턴 열차강도의 실수가 낳은 일확천금이다. 형제는 용감하게도 이 돈가방을 파출소에 가져다주는 대신 열흘 안에 신나게 쓰기로 작정한다. 그런데 두 형제의 쓰임새가 너무 다르다. 형 안소니는 돈의 위력을 약삭빠르게 활용한다. 장기적인 재테크를 위해 부동산을 매입하는 한편 친구들을 보디가드로 고용해 학교 안에서 영향력을 키운다.

반면 성서 속 성자들의 이야기에 심취해 있는 데미안은 판타지 공간에서 산타클로스의 모태인 니콜라스 성자, 예수의 아버지 요셉 성자, 우간다의 순교 성자 등을 만나며 기적이란 신이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임을 깨닫는다. 데미안은 이 믿음을 실천하기 위해 자선활동과 불우이웃돕기에 ‘올인’한다. 비록 쓰임새는 다르지만 어른들의 그것과 동떨어진 것도 아니다. 열차강도들이 두 소년을 쫓는 추적극이 펼쳐지긴 하지만 펑펑 돈 쓰는 어린이를 통해 돈과 사람, 돈과 사회의 역학관계를 우회적으로 탐구한다고나 할까. 영국의 사회파 감독으로 꼽을 만한 마이클 윈터보텀과 함께 작업해온 작가 프랭크 코트렐 보이스가 각본을 썼다는 점이 심증을 더해준다. 프랭크는 자신의 일곱 아이들을 위해 어둡고 심각한 전작들과 다른 <밀리언즈>를 5년 동안이나 썼다고 하는데 “영화 속 캐릭터들은 내 아이들에 비하면 지극히 정상적”이라고.

<밀리언즈> 예고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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