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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자통신연구원, 디지털 액터 국내 첫 기술 시연회
사진 정진환김수경 2005-03-16

국산 ‘골룸’ 기대하시라!

지난 3월4일 삼성동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디지털 액터의 기술시연회가 열렸다. 디지털 액터는 <반지의 제왕>의 골룸처럼 실사처럼 CG로 창조된 배우를 뜻한다. 앤드류 니콜의 <시몬>에서 알 파치노가 꿈꾸던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배우처럼 말이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하 ETRI, Electronics and Telecommunications Research Institute) 주최하고, <씨네21>이 창간10주년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진행을 맡아 열린 이번 시연회는 디지털 액터의 가능성과 연구성과를 엿볼 수 있는 자리였다. 디지털 액터 연구사업은 ETRI 디지털 콘텐츠 연구단 산하 디지털 액터 연구팀이 연간 예산 60억원(현물출자 20억원), 4년간 250억원(현물 80억원) 예산으로 진행하고 있는 연구사업이다. 공동연구기관으로 엔젠테크놀로지, 비쥬텍3D, 세모로직코리아, 서울대 등 4개 연구기관이 동참하고 있다. 이 연구의 목적은 실사수준 디지털 영상콘텐츠 제작을 위한 소프트웨어 개발이다. 더 상세히 말하자면 마야와 소프트이미지의 플러그인(접속, 보조)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다. 이번 시연회는 업계나 현장의 요구와 연구주체들의 연구방향의 간극을 최대한 줄여서 꼭 필요한 기술이 적시에 개발되도록 의견을 교환하기 위한 자리였다.

ETRI의 디지털 액터 연구팀 이인호 팀장이 진행한 시연회는 CG의 기본작업에 해당하는 로코스모핑이나 블로업, 렌더링에 대한 설명으로 출발했다. 화면에서 물체를 지우고 원래 영상을 복원하는 기술인 로코스모핑이나 해상도를 높이는 블로업 같은 기술을 ETRI에서 재차 개발하고 연구하는 이유는 그런 작업들의 수작업 부분을 최소화하고 궁극적으로는 소프트웨어의 구동만으로 자동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팀장은 “이 작업은 대부분 자동화(Auto-generation)의 결과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보시면 좋겠다”라는 전제를 반복해서 언급했다. 이어서 기존의 모션캡처와는 달리 마커나 센서 없이 실시간으로 모션을 잡아낼 수 있는 마커프리 모션캡처 시스템이 소개되었다. 마커 없이 모션캡처를 자유자재로 할 수 있다는 요소는 이 기술의 응용범위를 현재보다 넓힐 수 있는 가능성을 엿보게 했다.

콘텐츠가 경쟁력, 한국만의 CG 기술 특화해야

전술한 내용은 대부분 디지털 환경 표현 기술에 해당한다. 이날 시연회의 핵심인 디지털 액터 기술은 모션 데이터의 수집, 자동 동작 생성 기술, 동역학 기반 시뮬레이션 기술, 행동 양식 처리 기술, 카메라 조작 기술, 영상 합성 기술, CG 객체 변형 기술이 집약되는 CG/실사 합성의 최고봉이다. 이 팀장은 “디지털 액터를 목표로 잡은 이유는 이 세상의 어떤 물체보다 인간을 CG로 만들어내는 것이 가장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 가장 어려운 목표를 향해서 연구한다면 기반기술이나 파생되는 연구결과가 많을 것이라는 판단으로 디지털 액터를 목표로 했다”라고 과학자답게 연구취지를 설명했다. 디지털 환경 표현에 중점을 둔 단편영화 <모빌비행기의 꿈>과 디지털 액터와 실제 배우를 역동적으로 보여준 단편영화 <Rebirth>가 시범콘텐츠로 상영되어 참석자들에게 박수를 받았다. <Rebirth>에 나타난 디지털 액터의 수준은 렌더링 자체로 보면 국내 최고 수준이다. 짧은 분량이라 움직임은 섣불리 평가하기 어렵지만 구현된 이미지의 퀄리티는 주목할 만하다. 현재 디지털 액터 연구팀은 연구진인 프로그래머 25명과 함께 콘텐츠에 대한 역량 강화를 위해 8명의 아티스트를 파이프라인으로 둔 상황이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 김형준 회장은 “실제 영화현장과의 접점을 찾는 지속적인 노력과 기술이 일정 수준에 오르더라도 어떤 방식으로 실제 프로덕션을 수행할지가 관건”이라고 전망했다. 정부가 사활을 걸고 추진 중인 차세대 10대 국가동력 사업 중 하나인 디지털 콘텐츠 사업의 일환인 디지털 액터 연구는 엔터테인인먼트 전 분야로 확대될 잠재력을 지녔다. 다만 참석자들은 “콘텐츠 산업의 속성상 단순히 기술일변도의 연구성과만을 추구한다면 기술적 완성도와는 별개로 현장 업계와는 동떨어진 연구성과를 도출할 위험성이 있다는 점”을 우려하기도 했다. 이팀장은 이에 대해 "지속적으로 영화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노력할 생각이다. 그런 취지에서 <씨네21>에 협조를 구해 이런 자리를 마련했고, 앞으로도 실제 작업이나 기술 개발에 관심이 있거나 협력을 원하는 업체의 방문은 언제든 환영"한다고 답했다.

디지털 액터는 실사처럼 CG로 창조된 배우를 뜻한다. 왼쪽은 실사 촬영본이며, 오른쪽은 3D 컴퓨터그래픽 작업으로 제작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