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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학과의 패러다임이 변한다
박은영 2005-03-16

할리우드 진출보다 영상 텍스트의 다양한 응용 시도 늘어

USC 영화-TV 스쿨의 영상편집 교육실

차세대 영상학도들에게 영화란 어떤 의미일까? 순수예술 혹은 오락으로서의 영화의 의미가 퇴색하는 대신 영화의 역할과 쓰임새가 점차 방대해지고 있다는 것이, 현재 미국 영화학도들이 마주한 현실이고 미래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영화 전공은 새로운 경영관리학석사(MBA)인가?’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점차 영화감독이나 제작자 등의 현장 스탭을 지망하는 영화학도들이 줄어드는 반면 영상의 사회·정치적 의미를 되새기고, 다양한 분야에 응용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현재 미국 내 600개 대학에서 영화 관련 학과를 운영하고 있으며, 최근 몇년 사이에 그 수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반면 미국노동통계청이 밝힌 영화제작과 연출쪽의 일자리는 1만5050개로, 영화를 전공한 학생들을 모두 수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현장 고용 기회가 희박해지고 있어서 영화가 아니라 광고나 드라마 파일럿 프로그램 제작에 투입되는 경우도 있지만, 지속적인 작업의 발판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것. 하지만 최근의 영상학도들은 반드시 할리우드 진출을 목표로 하지는 않는다는 것이 <뉴욕타임스>의 주장이다. 할리우드 현장으로 나아가기 위해 마냥 기다리는 대신 일반화된 디지털 매체를 통해 수천달러짜리 영화를 만드는 이들이 늘어나고, 영화제작 기술을 법이나 사업 같은 무관한 분야에 응용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필름’이라는 단어 자체가 시대착오적인 느낌을 풍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영화의 텍스트를 통해 사회권력과 인간관계를 탐구하거나, 미디어 권력의 민주화를 주장하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영상언어의 보급에 앞장서는 곳으로 <뉴욕타임스>가 언급한 교육기관은, 아이러니하게도 미국 최고의 전통을 자랑하는 USC의 영화-TV 스쿨이다. “전공자들에게 한정하기에 영상은 너무 중요한 매체”라는 학장의 소신으로 일찍이 학과목이 타 전공자들에게 오픈됐고, 그 결과 현재 USC 재학생의 절반 이상이 영화 TV 관련 과목을 수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USC의 60개 과목 이상이 영상매체와 인터넷을 응용해 과제를 만들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이 밖에도 영상 전공자들에게 타 분야로의 진출을 독려하는 대학이 크게 늘고 있는 추세다. 영상매체와 영화적 내러티브가 분야의 구분없이 일반화되어 새로운 ‘언어’로 등극할 날도 머지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