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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덜군 투덜양] 곰곰이 생각해보니 가짜잖아?! <클로저>

투덜양, <클로저>에 속은 것을 분해하다

영화를 볼 때는 잘 몰랐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영화에 대한 호감이 점점 커지거나 반대로 속았다는 느낌이 천천히 오는 영화들이 가끔 있다. <클로저>는 후자의 경우였다. 나는 이 영화를 신문지면에서 비중있게 다뤘다. 무책임한 이야기겠지만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애들이 애 낳게 하고, 애 죽이면서 아주 손쉽게 웃음과 눈물을 짜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영화들이 쏟아져 나오는 마당에 <클로저>를 별볼일 없는 영화라고 몰아붙이는 건 다소 억울한 측면도 있어 보인다. 그러나 영화를 보고 나왔을 때 느꼈던 매력이 곰곰이 생각해볼수록 같잖은 폼이나 사기였다는 심증이 굳어질수록 그 불쾌함의 강도는 너무 빤해 차라리 해맑아 보이는 영화보다 결코 낫다고 볼 수 없다.

이상한 건 이 영화를 보고 나를 포함해 내가 관찰했던 만족감 어린 표정의 대부분이 여성이었다는 점이다. 돌이켜 생각해보건대 그런 표정을 짓는 여성이란 멍청하거나 순진하거나 둘 중 하나였을 것이다. 기실 이 영화는 남자들을 위한 남자들의 영화이다. 영화에는 각각 2명의 남자와 여자들이 등장하지만 영화에서 자기의지를 발동하는 인물은 댄과 래리, 두 사람뿐이다. 여자를 유혹하고, 내쫓았다가 다시 쫓아가고 결국 내치는(심정적이든 물리적이든), 북치고 장구치고는 남자 두분이 다 하신다. 영화는 마치 래리가 마초이고 댄은 연약한 영혼처럼 가르고 있지만 여자의 육체적 정절‘만’을 사랑의 관건으로 생각한다는 점에서 둘은 똑같은 마초에 불과하다. 여기에 안나는 그야말로 엉덩이를 때려달라고 노래하는 마조히스트나 노예처럼 응답한다. 알리스는 넷 중 유일하게 너저분한 관계망에서 자유로운 것 같지만 나이나 외모, 직업에서 성격(맑고 총기있는 눈망울을 한 스트립걸이라니 말만 들어도 후끈 달아오르지 않는가)까지 그는 마초들이 좋아하는 전형적인 캐릭터이다. 결국 현실에 존재할 수 없는 허상과 같은 인물이다.

그보다 더 한심한 건 ‘진실’ ‘진실’ 외쳐서 나같은 얼간이들은 뭔가 사랑의 진실에 관한 이야기인가보다 생각했지만 이 영화의 진짜 진실은 그저 성격 더러운 남자들의 추잡하고 옹졸한 연애패턴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듀나의 지적대로 영화는 아무런 인과관계 없이 오로지 ‘준비된’ 배신만 나열하면서 있어 보이는 대사 몇 마디나 분위기만으로 뭔가 후광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같은 애들을 능청스럽게 속여넘긴다. 고백한다. 주드 로의 섬약하면서도 때로 지적으로 보이는 눈빛에, 클라이브 오언의 노골적이고 공격적인 ‘쎅쒸미’에 반해서 그 엉성하고 지독하게 남성편파적인 이야기를 어어 하며 넘어갔다. 이러니 나는 참, 못된 남자에게 당해도 할말없는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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