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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는 통화중] <피와 뼈> 입북 환송식 장면 삭제한 채 개봉

찬명은 어디로 사라졌나

영화 <피와 뼈>의 한 장면이 삭제된 채 개봉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 2월25일 개봉한 <피와 뼈>는 재일한국인 감독으로도 유명한 최양일의 신작이며, 영화감독이자 코미디언인 기타노 다케시가 주연 김준평으로 출연한 것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영화는 재일한국인 1세대 김준평이 폭력과 강간 등을 이어가며 일본사회의 언저리에서 악마적인 근성으로 한 집단의 우두머리가 되어 늙어간다는 파격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다. 최양일의 연출과 기타노 다케시의 연기가 돋보이는 수작이라는 평을 받았다.

문제가 된 삭제장면은 영화 속에서 사상문제로 감옥에 갔다온 사회주의자 찬명이라는 인물이 일본사회의 냉대를 뒤로하고 북한으로 입북하는 환송식 장면이다. 한 네티즌(ozzyz)은 2월28일 온라인 <씨네21> 독자엽서란에 이 장면이 삭제되었음을 지적하는 글을 올리면서 “그런데 개봉판에서는 이 시퀀스가 자취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결국 관객은 찬명의 출소 이후에 그의 행방을 알 길이 없다. 등장인물들 가운데 현실에 대한 고민과 행동에 대한 의지를 찾아볼 수 있었던 유일한 캐릭터를 날려먹는 방식으로는 그다지 적절치 않다. 인공기 때문이었을까”라고 묻는다. 이 장면에 등장하는 인공기의 물결을 삭제 이유로 추론하고 있는 것이다.

수입사(스폰지)쪽은 ‘자진 삭제’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한 관계자는 자진 삭제하여 개봉하게 된 이유와 그 경위 등에 대해서 “설명하기 힘든 미묘한 이유가 있다. 지금으로서는 답하기 곤란한 시점이다. 최양일 감독도 이 사실을 알고 있고, 그쪽과는 이미 모든 일이 수습된 상태다. 이번 삭제건에 대한 입장은 차후에 꼭 밝힐 계획이다”라고만 말했다. 어떤 피할 수 없는 정황이 있었는지는 해명을 통해 밝혀지겠지만, 창작품을 훼손한다는 것은 정황에 따라 달라질 일이 아니며, 창작자뿐 아니라 관객에게도 사과해야 할 일이라는 점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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