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만이 바로 눈앞! 5주연속 1위
한 몇주 극장가가 조용하다. 신작들의 개봉도 주춤하고, 그나마 선보이는 작품들도 고만고만한 관객들을 모으고 있다. 겨울방학이 끝나고 신학기가 시작되는 요즘이 극장가 비수기라고는 하지만 개봉물량면에서 볼때는 작년 이맘때와 사뭇 다르다.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 <말죽거리 잔혹사>, <그녀를 믿지 마세요>, <목포는 항구다>가 고르게 흥행했던 일년전과 비교해보면 한국영화도 몇편 안된다. 이틈이 좋은 기회련만, 외화들도 맥을 못추고 있다.
<말아톤>의 5주연속 1위는 영화가 좋아 관객들이 선택한 것도 물론 있지만, 이런 극장가 사정과도 무관하지 않다. 흥행작이라 해도 2주, 길어야 3주면 신작에 1위 자리를 내주는게 보통인데 치고 들어오는 영화가 없으니 잘되는 영화가 나갈리도 만무하다. 이런 환경이 자주 조성되는 것도 아니어서 <말아톤> 입장에서는 ‘영화가 잘되려니 남들도 도와주는 격’이다.
<말아톤>의 서울주말 이틀 스코어는 5만6천명으로 1위로는 민망한 수치지만 전국누계는 어느덧 470만명에 근접하고 있다. 이제 500만 돌파는 확실하다. 게다가 최근 국내외 작품을 통틀어서 5주연속 1위를 한 영화는 없었다. 거꾸로 한참 거슬러 올라가 천만 관객을 돌파한 <실미도>의 6주, <태극기 휘날리며>의 7주 연속 1위에 가서야 막힌다. 연초에 섣부른 추측은 금물이지만, 500만 관객이면 올해가 다 가도 깨기 힘든 기록임에는 틀림이 없다.
<숨바꼭질>도 지난주에 이어 2위를 지켰다. 아카데미표 영화와는 달리 그래도 흥행줄에 진입한 작품이다. 전국관객은 이제 61만명이 넘었다. 하지만 100만 돌파도 힘겨워 보인다. 이번주에 주목할만한 작품은 <레이>다. 지난주 개봉과 함께 8위에 올랐던 <레이>는 이번주 무려 5계단이나 상승해 3위를 차지했다. “음악만 들어도 본전치기는 한다”는 소문과 함께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수상도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했다.
개봉 3주차를 맞이한 <에비에이터>는 3주연속 4위다. 대단하지도 썰렁하지도 않은 초지일관 흥행규모다. <콘스탄틴>은 2계단 밀린 5위로 떨어졌지만 실속은 단단히 챙겼다. 개봉 4주차에 전국관객이 185만명에 근접해서 200만 돌파는 무리없어 보인다. 이번주에 새로 진입한 영화는 <코러스>가 유일하다. 프랑스에서는 900만명이 관람한 히트작이었지만 국내 관객들은 그런 수치에 아랑곳하지 않고 무시하기 일쑤였는데 첫주 전국 6만6천여명 정도면 아주 나쁜 성적은 아니다. <공공의 적2>는 9위까지 밀렸지만 390만명을 기록해 400만 돌파도 멀지 않았다.
그 밥에 그 나물이었던 극장가도 이번주부터는 봄맞이 단장을 시작한다. 이번주 개봉 예정작은 무려 10편. 그중에 10년만에 재상영되는 타르코프스키의 <노스탤지어>와 <희생>, 소규모 배급라인을 타는 데이빗 크로넨버그의 <스파이더>를 제외하면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상업영화가 대부분이다.
아카데미 알짜상을 휩쓴 <밀리언 달러 베이비>를 필두로 스릴러 영화 <쏘우>, 정치 스릴러 <맨츄리안 켄디데이트>, 장 피에르 주네의 <인게이지먼트>, 한국영화 <마파도>, <여자, 정혜> 등이 개봉대기작들. 거기에다 미국에서 개봉 2주만에 1억불 돌파라는 메가톤급 흥행을 기록한 <Mr. 히치: 당신을 위한 데이트 코치>도 가세한다. 로맨틱 코미디 <히치>의 선전이 예상되지만 <밀리언 달러 베이비>나 <쏘우>, <마파도>도 만만치 않은 작품들. 10여편이 동시개봉하니 <말아톤>의 6주연속 1위 수성에도 빨간불이 켜졌고 기타 작품들도 자리보전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온라인팀 고일권
1. 이 흥행순위는 각 배급사가 밝힌 관객 수로 작성된 것이며 실제 관객수와 오차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2. 누계는 3월 6일까지의 수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