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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저>의 그 장면, 그 노래, Damien Rice

사운드트랙은 영화와 음악 양자에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동반 대박을 낳기도 하고, 무명의 그늘에 머물던 음악인의 팔자를 ‘자고 나니 스타’로 바꿔놓기도 한다. 예컨대 영화 <졸업>(1967)과 사이먼 앤드 가펑클의 음악이 보여준 결과가 전자에 해당한다면, 영화 <굿 윌 헌팅>(1997)과 이를 통해 대중적으로 이름을 알린 엘리엇 스미스의 경우는 후자에 해당한다. 벌써 눈치챘겠지만, 영화 <클로저>(2004)와 아일랜드 싱어송라이터 다미엔 라이스의 짝이 요즘 화제가 되기에 꺼낸 말이다.

‘<졸업>의 감독’ 마이크 니콜스가 오랜만에 평단과 대중의 호의를 두루 이끌어낸 <클로저>는 사랑과 진실, 욕망과 기억에 대해 낭만적 외투를 벗기고 적나라하지만 모호한 질문을 던지는 영화다. 마이크 니콜스는 장기인 영상과 음악의 조화 솜씨를 이번에도 발휘하는데, 스트립 댄스클럽 장면의 <Smack My Bitch Up>(프로디지)과 <How Soon Is Now>(스미스), 오페라극장 신의 모차르트 오페라 <Cosi Fan Tutte>(여자는 다 그래) 등에서 내러티브 및 캐릭터와 절묘하게 삼투하는 음악들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사운드트랙의 (안티)히어로는 다미엔 라이스다. 주드 로와 내털리 포트먼이 ‘교통사고’처럼 얽히는 도입부, 그리고 후일담 같은 장면과 도입부를 변주한 엔딩장면에 나오는 <The Blower’s Daughter>는 망연히 극장을 나서는 이들에게 ‘저 노래 누가 부른 거지?’라는 궁금증을 낳기에 충분하다. 그 결과는 발매된 지 2년이 된 데뷔작 <O>가 라이선스로 발매된 데서 알 수 있다. <O>는 평단에서 ‘2003년의 데뷔 수작’으로 호평받았던 음반으로, 포크-싱어송라이터 성향의 뛰어난 싱글들을 다수 수록하고 있다. 아일랜드에선 벌써 ‘라디오 올타임 리퀘스트’의 지위에 올라선 <Cannonball>, 닉 드레이크풍의 <Amie>, 16분간 전개되는 오페라적 서사 <Eskimo> 등에서 데이비드 그레이, 제프 버클리, 엘리엇 스미스 등의 유전자를 확인할 수 있다. 곳곳에서 빛을 발하는 리사 하니건의 게스트 보컬과 비비엔 롱의 첼로 연주는 세션을 넘어 음악의 울림을 배가하는 효과를 낳는다. 다미엔 라이스의 멜랑콜리한 보컬과 송라이팅, 그리고 소박한 아날로그 사운드가 잘 조화된 이 음반은 친밀하고 매혹적으로 다가온다. 마술적으로 감성의 밑바닥을 흐르는 기억할 만한 데뷔 음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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