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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덜군 투덜양] 아우라가 있어야지, 아우라가! <공공의 적2>

투덜양, 설득력 없는 악당 한상우에게 실망하다

<공공의 적2>

<공공의 적>을 보고 이성재(조규환)가 섹시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 이유를 정확히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그리고 이런 말을 하면 몰매맞기 쉽겠지만 보통 사람의 상상을 초월하는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은 지옥이 내려주는 후광 같은 게 있어 보인다. <양들의 침묵>에서의 한니발 렉터처럼 말이다. <공공의 적 2>에서 정준호 캐릭터에는 별 기대를 하지 않았다. 물론 경제사범의 경우에도 세금을 떼어먹는다든가 뇌물을 준다든가 하는 활동 내용의 스케일이 종종 상상을 초월하기는 하지만 이들에게는 어떤 으스스한 후광은 없고 구린 냄새만 난다. 그래서 모종의 섹시함을 포기하는 대신 나는 그가 진짜 구린 냄새를 피우기를 기대했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킁킁거리면서 자기한테도 무슨 냄새가 나는 건 아닌지 확인하도록 유도해내길 바랐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한상우(정준호)는 어떤 냄새도 아우라도 풍기지 않았다. 그는 악한 캐릭터의 한 유형이라기보다는 걸어다니는 악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아침에는 외화유출시키고, 점심때는 국회의원에게 돈상자 보내고, 저녁때는 주변 사람 제거할 궁리하고, 새벽에는 비위 거슬리는 청소부마저 뺑소니를 치고 다니니, 그는 세상의 모든 악행을 관장하지만 악한 캐릭터계에서는 족보도 없는 놈이라고 왕따당하기 딱 좋을 인물이다. 특히나 개인이 아닌 사회악계의 대표주자이기에 그는 너무나 설득력이 없다. 이 사회에서 특권의식을 가진 계층만큼 가족 사랑, 이웃 사랑이 넘쳐나는 집단이 있는가. 부모 돈이 내 돈이고 내 자식이 곧 나의 미래인데 럭셔리 상류층이 가족 구성원을 포기하고 자신만의 영달을 취한 적 있는가. 우리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아들의 군문제를 해결하는 분들의 헌신적인 가족 사랑을 얼마나 자주 보아왔던가. 과연 한상우를 보면서, 그리고 이 영화를 보면서 구려 할 사람들이 있을까 싶다. 수십만달러를 해외에 빼돌리고 난 직후 이 영화를 보러온 사람이라도 “아니 저 못된 놈의 자식, 아비 어미도 못 알아보는 자식”, 이러면서 더 흥분하지 않을까 싶다.

지루하기는 정의의 편도 마찬가지다. 한상우가 걸어다니는 ‘惡’이듯, 검사 강철중은 걸어다니는 ‘正義’에 불과하다. 인간적인 매력과 결함을 지닌 경찰 강철중과 달리 그의 머릿속을 채우는 건 정의감, 정의감, 정의감뿐이다. 그래서 한상우의 집 앞에서 둘이 맞붙어 싸우는 장면은 1편의 다리 밑 싸움 같은 긴장감도 없고 격렬함도 느껴지지 않는다. 어차피 정의는 이기는 거라고 우리는 유치원 시절부터 수많은 ‘만화영화’를 통해서 배워오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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