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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걸작선] 1950년대에 만든 궁예 이야기, <왕자 미륵>
이승훈( PD) 2005-02-24

EBS 2월27일(일) 밤 11시50분

오랜만에 1950년대 작품을 소개한다. 이태환 감독의 <왕자 미륵>은 후삼국의 풍운아 애꾸눈 왕자 궁예 이야기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줄거리는 우리가 알고 있는 궁예의 이야기를 각색했다. 어린 시절 간신들의 모함으로 죽임을 당할 뻔하다 가까스로 애꾸눈으로 살아남은 궁예(이 영화에서는 미륵 왕자로 불린다)가 자신의 과거를 알게 되면서 원수를 갚기 위해 길을 떠난 뒤, 쫓기고 싸우는 일을 거듭하다가 마침내 원수를 갚고 마진이라는 국호로 나라를 세운 뒤 도탄에 빠진 신라 백성을 구해낸다는 이야기다. 궁예 이야기를 골간으로 하면서 군데군데 칼싸움 장면이나 무예 겨루는 장면, 음모와 배신, 로맨스 등을 녹여넣어 재미를 더하고자 했다. 궁예의 이야기를 아주 긍정적으로 그리며, 영웅화한 몇 안 되는 작품 중 하나이다. 당시 미녀배우였던 도금봉이 미륵 왕자의 연인으로 등장하며, 방수일이 미륵 왕자 역을, 미륵 왕자의 부왕으로 김동원이, 미륵을 돕는 충신 원달 역엔 성소민 등 60년대 초반까지 한국 영화계의 탄탄한 연기파들이 대거 출연하고 있다.

이 작품을 만든 이태환 감독은 한국 영화사를 연구하는 이들에게도 생소한 감독으로, 시나리오 작가를 하다가 감독이 됐다. 김기영의 <양산도>, 김수용의 <공처가> 등의 시나리오를 썼고, <왕자 미륵>이 연출 데뷔작이다. 4편의 영화만 연출했기에 영화사에서 잘 기억되지 않았던 인물이다. 또한 몇년 전 소품으로 보는 한국 영화사 <근대의 풍경>을 출간해 한국영화의 소품에 대해 정리한, 중요한 일을 했던 차순하씨도 <왕자 미륵>으로 영화계에 입문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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