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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DMB 상용화, 국내 영화산업에 미칠 파장은?
사진 정진환김수경 2005-02-23

‘내 손 안의 극장’ 시대 열린다

휴대폰으로 출근시간에 공중파프로그램을 보고, 신문을 읽고, 영화예고편을 즐기고, 라디오를 듣는 일이 일상이 된다. 그것은 지하철, 버스를 타거나 조깅을 하면서도 가능하다. DMB가 현실로 다가온다. 특히 지상파DMB는 연초 고사 상태의 코스닥 시장에 숨통을 틔우고, 방송사와 언론사 및 콘텐츠 업체들의 사활을 건 사업자 선정 경쟁을 발생시켰다. DMB(Digital Multimedia Broadcasting: 이동멀티미디어방송)는 국내 미디어, 정보통신, 콘텐츠 산업의 지형도에 대대적인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영화를 비롯한 콘텐츠 업계에도 DMB의 등장은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또한 DMB는 한국이 세계 최초로 개발했고 기술표준을 보유한 선도기술이라는 점도 중요하다. 해외 DMB사업을 삼성전자, SK텔레콤(이하 SKT)을 필두로 국내 업체들이 주도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그렇다면 DMB는 한국 영화산업에는 어떤 영향을 끼칠지 궁금해진다. 상반기로 다가온 DMB의 상용화를 앞두고 기본적 개념을 이해하는 동시에 향후 영화산업과의 연관성이나 전망을 모색해본다.

DMB는 무엇인가

DMB는 유럽에서 개발되어 <BBC>가 처음으로 시험방송을 한 오디오 기반의 DAB(이동오디오방송)를 모태로 한다. 국내에서는 그것에 멀티미디어의 개념을 추가했다. 단순히 말해 DMB는 이동 중에도 휴대폰이나 전용 수신기를 통해 화질이나 음질 손상없이 디지털방송을 시청하는 것. 데이터방송이 가능하므로 DMB는 향후 인터랙티브한 미디어로 발전할 것이다.

위성DMB와 지상파DMB의 차이는

DMB는 전송수단에 따라 위성DMB와 지상파DMB로 구분된다. 위성을 사용하는 위성DMB는 SKT의 자회사인 TU미디어(대표 서영길)가 사업자로 이미 1월10일부터 시험방송 중이다. 위성DMB의 시작은 일본이 먼저다. 위성DMB를 위해 한국과 일본은 DMB 전용위성 한별을 지난해 4월 공동으로 발사해 함께 이용하고 있다. 지상파DMB는 위성과는 달리 공중파 방송사의 기지국을 통해 전파를 송출한다. 지상파DMB는 현재 비어 있는 VHF 12번 채널을 이용하여 실행한다. 지상파DMB는 6개의 사업자(멀티플렉스)를 방송위원회가 선정하고 사업자당 최대 TV 1개, 라디오 3개, 데이터 3개 채널을 서비스할 수 있다. 위성과 지상파 모두 일명 ‘음영지역’이라 지칭되는 신호가 약한 곳에는 갭필러(Gap Filler)라는 중계기로 신호를 전달한다.

DMB 사업의 쟁점은 무엇인가

위성DMB 논쟁의 핵심은 ‘지상파 재전송’ 문제. 공중파 방송사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한 지상파DMB와는 달리 TU미디어가 단일사업자인 위성DMB에는 현재 지상파 재전송이 허가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뉴미디어에 대한 견제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한다. 반면 지상파DMB는 ‘무료화’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LG텔레콤은 최근 지상파DMB의 수익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사업을 포기했다. 최소한의 유료화를 제안한 사업자들도 일부 있으나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의 최근 발언은 “지상파DMB 무료이용”에 쐐기를 박았다.

DMB와 영화, 그리고 콘텐츠의 연관관계는

DMB가 가져올 변화의 핵심은 2C로 요약된다. 콘텐츠와 컨버전스(Convergence: 융합·집중). TV, 케이블, 인터넷 같은 미디어가 처음 보급될 당시처럼 DMB서비스의 성패를 결정할 절대요소는 킬러 콘텐츠의 확보다. 생산주체인 영화사나 제작사를 포함한 콘텐츠 제공자의 가치가 상승일로인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SK텔레콤이 지난 2월 IHQ의 지분을 인수하여 2대 주주로 등극한 사례나 다른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충무로와 접촉을 시도하는 상황은 DMB의 대비 차원이다. DMB가 가진 이동, 짧은 사용시간, 작은 단말기라는 미디어 사용환경을 고려하면 주로 사용될 콘텐츠는 뉴스와 영화를 필두로 한 단막극 형식의 동영상물이 될 전망이다. 각 컨소시엄이 내놓은 DMB 사용자 선호도 조사 결과도 이를 반영한다. 여론조사의 결과는 대부분 뉴스, 영화가 수위를 다투고 스포츠와 드라마가 그 뒤를 따르는 양상이다.

TU미디어의 비디오 채널 구성/전략을 담당하는 이종민 과장은 “이동방송에 가장 적합한 장르, 콘텐츠 포맷을 개발, 기존 매체의 지향 장르와는 거리가 있는 컨셉으로 진행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기존 콘텐츠를 재가공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TU미디어는 독립제작사 20여개와 협의하에 자체 콘텐츠를 제작 중이다. 이는 영상 콘텐츠 산업에 새로운 생산자의 출현을 의미한다.

또 하나는 컨버전스, 즉 미디어나 기술간의 집중이나 통합이 유연하게 이루어지는 것이다. DMB 컨소시엄의 구성원은 시네마서비스, 싸이더스, MK픽쳐스 같은 대표적인 영화사들부터 각종 언론사와 IT업체들로 이루어져 있다. MK픽쳐스 이은 대표는 “장기적인 전망에서 새로운 윈도에 참여하는 것은 당연하다. 모바일의 위력은 검증된 것”이라고 이번 컨소시엄 참여 배경을 설명했다. 모바일 콘텐츠가 소비 영역에서도 통합과 분산을 어떻게 이뤄낼지가 관건이다. 일각에서는 DMB의 출현으로 가장 타격을 받을 시장으로 무가지 신문과 이동통신의 준이나 핌 같은 서비스를 지목한다.

SK텔레콤 전략콘텐츠개발TF팀 김광섭 부장은 “원래 DMB는 방송, 우리는 인터넷이다. 둘 다 궁극적으로 커머스까지 연결이 될 가능성이 높다. 초기에는 모바일 사용자들의 콘텐츠 사용시간을 나눠먹겠지만 그것보다는 서로 보완하는 통합적 성격의 서비스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결국 이러한 융합을 통해 새로운 가치와 시장이 창출될 것으로 전망했다.

결국 DMB의 도입으로 대형 이동통신사는 직간접적으로 영화투자에 발을 담그게 되었고, 영화와 관련된 콘텐츠를 직접 생산하기도 할 것이다. 한편 영화 관련업계는 새로운 수익창구와 채널을 확보하게 된다. 이동통신시장과 영화시장이 겹치는 비즈니스 영역이 생겨난 것이다. 영화투자시장과 산업 전반에 이것이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