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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선댄스영화제 결산 [4] - 프로듀서 지나 권 인터뷰
문석 2005-02-22

희망과 웃음을 잊지말라!

한국계 프로듀서 지나 권의 두 영화: <우리가 아는 나, 당신, 그리고 모두>와 <모텔>

<우리가 아는 나, 당신, 그리고 모두>

<모텔>

올해 선댄스에서 가장 눈길을 끈 인물 중 하나는 한국계 프로듀서 지나 권일 것이다. 지난해 선댄스영화제에서 신인 프로듀서를 대상으로 한 마크 실버만 펠로십을 단독으로 수상하기도 했던 지나 권은 이번 영화제에 자신이 프로듀서로 참여한 두편의 작품을 선보였다. 미국 극영화 경쟁부문에 초청된 <우리가 아는 나, 당신, 그리고 모두와 아메리칸 스펙트럼 부문에서 상영된 <모텔>이 그것.

재능있는 감독의 차기작 시나리오에 대해 지원하는 선댄스/NHK상의 2003년 수상작이자 한국계 마이클 강 감독에 의해 만들어진 <모텔>은 <필름 스레트>에 의해 “<모텔>에서 좋은 아이디어를 기대해도 좋다”고 평가를 받았다. 특히 <우리가 아는 나, 당신, 그리고 모두>는 감독인 미란다 줄라이의 천부적인 재능 덕분에 영화제 기간 내내 최고 수준으로 평가됐던 작품. 영화제 데일리인 <데일리 인사이더>는 “이 영화는 메인 캐릭터들의 평범한 삶에 감동적이고 놀라우며 가끔 즐거움을 불어넣는다”고 칭찬하며 미란다 줄라이 감독을 인터뷰했고, <보스턴 글로브>의 웨슬리 모리스는 “나는 진행될수록 내 눈이 번쩍 뜨이고 내 웃음이 커지며 오래 지속되는 영화를 믿는다. 그런 반응은 진실이다. 미란다 줄라이의 생동감 넘치게 독특한 영화가 그렇다…. 나는 올해 영화제에서 여러 마리의 개구리에 키스했다. 그리고 다행히도 그중 하나가 줄라이의 영화였다”고 극찬했다.

미국 극영화 독창적인 시선 부문 심사위원특별상을 받기도 한 <우리가 아는…>은 독특한 로맨틱코미디. 자그마한 소도시를 배경으로 비디오 아티스트, 구두 점원, 구두 점원의 두 아들, 인근의 여학생들, 미술관의 큐레이터 등이 얽히는 모습을 잔잔한 웃음으로 그려낸다. 이 작은 마을에서조차 사람들은 무언가 매체를 거치지 않으면 소통이 불가능하다. 특히 7살짜리 꼬마 아이와 40대 큐레이터의 음탕한 채팅은 이 영화의 주제를 한목에 보여준다. 영화를 보고 나면 ‘))<>((’라는 이모티콘은 단지 꼬마의 상상력에서 나온 야한 상상이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든 소통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는 상징물로 기억된다. 주연까지 연기한 미란다 줄라이는 데뷔작이란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소소한 에피소드를 단단한 주제에 결박시키는 재능을 보여준다. 이 작품은 올해 선댄스에서 선보인 영화 중 가장 독창적이며 가장 재기발랄한 영화임에 틀림없다. <모텔>은 뉴욕에서 활동하는 마이클 강 감독의 데뷔작. 이 영화 또한 아주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모텔을 운영하는 한 중국인 가족과 투숙객, 모텔 집 아들 어니스트가 짝사랑하는 한 소녀 등의 이야기를 아기자기한 화법으로 풀어낸다. <베터 럭 투모로우> 등에 나온 한국계 배우 강성의 연기도 볼거리.

우연인지, 필연인지, 두 영화 모두 오밀조밀한 일상사가 날실과 씨실이 얽겨지듯, 꼼꼼하게 엮여 있으며, 아이의 시점이 중요한 비전을 제공하고, 무엇보다 따뜻하고 희망적이며 설득력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다. 결국 “나는 그저 돈을 모아다 줬다”는 프로듀서 지나 권의 이야기를 액면 그대로 믿을 수 없게 하며, 그에게 더욱 기대를 걸게 한다.

“아시아계도 차츰 주류로 들어갈 것이다”

프로듀서 지나 권 인터뷰

- 두편의 영화를 동시에 선댄스에 진출시켰다.

= 우선 <모텔>은 2003년에 시작된 영화로 미겔 아테이다, 캐린 첸, 매튜 그린필드와 함께 제작했다. 이 영화는 한국계 마이클 강에 의해 선댄스 랩에서 기본과정을 거친 영화였다. 사실 지난해 선댄스에 나올 수도 있었는데, 그러려면 조금 서둘러야 했다. 그래서 여유있게 올해 출품하게 된 거다. <우리가 아는 나, 당신, 그리고 모두>는 지난해 시작했는데, 굉장히 빨리 만들어진 편이다.

- 희한하게도 두 영화가 비슷한 느낌이다.

= 내가 만들고 싶은 영화는 좀더 도전적인 것이며, 개인적으로 사회의 마이너리티에 관한 이야기를 좋아한다.

- 배경을 설명해달라.

= 의사인 아버지를 뒀고 LA에서 자랐다. 대학 졸업 뒤 바로 해외 배급업에 뛰어들었다. 거기서 미겔 아테이다를 만나 함께 작업을 시작했다. 아테이다의 데뷔작인 <스타맵스>부터 <척 앤 벅> <굿 걸>에 참여해왔다. 프로듀서 매튜 그린필드로와 함께 작업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 <모텔>의 작업은 아시안 아메리칸 커뮤니티 속에서 진행됐나.

= 제작비 조달의 경우는 아니다. 다만 감독이 뉴욕에서 연극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재능있는 아시아계 배우를 데려올 수 있었다. 사실, 아역의 경우 문제였다. 아시아계 부모들은 아이들이 공부하길 바라지 연기는 시키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웃음)

- <모텔>의 주요 시장은 아시안 아메리칸 커뮤니티인가.

= 그렇지 않다. 분명 아시안 아메리칸의 이야기지만, 보편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아시아계 감독들도 차츰 주류로 들어갈 것으로 본다. <센스 앤 센서빌리티> 등을 만든 리안처럼 말이다.

- <우리가 아는 나, 당신, 그리고 모두>에는 어떻게 참여했나.

= <모텔>을 만들 때 미란다 줄라이가 촬영장을 찾았다. 그 또한 선댄스 출신인데, 당시 미겔 아테이다가 어드바이저였다. 시나리오를 가져와서 우리에게 상의했는데, 훌륭하다고 판단했다. 그의 단편영화도 봤고, 독특한 관점이 마음에 들었다. 결국 영화사들에 제안했고, 미국의 IFP와 영국의 필름 포가 참여하기로 했다.

- 한국과의 공동제작에는 관심이 없나.

= 물론 관심이 있다. 한국영화를 관심있게 보고 있으며, 감독들도 유심히 관찰 중이다. 사실, 한국영화는 미국에서 인디영화급이다. 이런 차원에서라면 한국 감독과 공동제작을 해보고 싶다. 그러러면 한국어를 배워야 하는데.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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