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시작한 한국방송과 문화방송의 일일드라마 <금쪽같은 내 새끼>와 <왕꽃선녀님>이 지난 11일 나란히 8개월여의 대장정을 마쳤다. 서영명·임성한이라는 두 ‘문제 작가’ 덕에 기대와 우려를 함께 안고 출발했던 두 드라마는 방영 내내 20% 중후반을 넘나드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마무리는 애초 우려를 벗지 못했고 극적 완결성 따위도 찾아볼 수 없었다는 평가다. “욕하면서도 본다”는 시청자들의 특성을 적절히 이용한 결과로만 보일 뿐이다.
<이 남자가 사는 법>(94년), <부자유친>(96년) 등 내놓는 작품마다 상식을 뛰어넘는 내용을 담아온 서 작가의 <금쪽같은 내새끼>는 지난해 말까지 큰 무리는 없는 듯 보였다. 그러나 6개월쯤으로 예정된 방송 기간이 연장되면서, ‘세대간 갈등을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홈 드라마’라는 주제의식이 삐걱대기 시작했다. 다툼있는 집안에 착한 며느리가 들어와 가족을 화해시킨다는 주요 내용은 이미 지난해 11월께 마무리가 됐으나, 방영을 늘리면서 억지스런 내용이 들어간 것. ‘착한 며느리’ 희수(홍수현)가 갑자기 ‘트러블 메이커’로 바뀌고, 희수 오빠는 동생 시어머니의 악행을 소설로 쓰겠다고 하는 등 주요 캐릭터의 성격이 돌변했다. 부모와 자녀가 원수지간처럼 바뀌면서 가족의 모습은 한없이 뒤틀려 버렸다.
전작 ‘금쪽같은…’‘왕꽃선녀님’ 고무줄 편성·작가교체 등 삐걱
<왕꽃선녀님>은 이보다 더 했다. 전작 <인어아가씨>(2003년)에서 비윤리적인 소재와 파행적인 스토리 전개로 ‘안티 바람’까지 불렀던 임 작가가 ‘무녀’를 앞세워 나타났을 때부터 입길에 올랐는데, 지난해 10월엔 갑작스런 집필 거부 소동을 벌여 신인 김나현 작가로 교체되는 풍파도 겪었다. 작가가 바뀌면서 오락가락한 인물들은 시청자들을 헷갈리게 했고, 꽤 비중있던 한혜숙과 정혜선은 아무런 설명없이 사라지기도 했다. 마지막회는 “초원(이다해)은 무빈(김성택)과 결혼 후 교통사고로 죽는다”는 예고가 방영 15분전 자막으로 흘렀으나, 이와 무관한 해피엔딩으로 끝나버리는 ‘방송 사고’도 터졌다.
현재 일일드라마는 9시 메인뉴스를 앞둔 프라임 시간대인 저녁 8시에 방영되기에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가장 많은 이들이 시청한다. 그래서 홈드라마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다. 가족의 따뜻한 이야기로 폭넓은 시청자들에게 다가가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요즘 일일드라마는 극적 완결성이나 재미, 혹은 도덕적 교훈 등 모든 측면에서 미니시리즈 드라마에 못 미친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나친 시청률 경쟁에 원인이 있다는 분석이지만, 광고가 없는 한국방송 1텔레비전과 제2의 공영방송인 문화방송이 자극적이기만한 일일드라마로 이전투구 싸움을 벌인다는 것은 설득력이 전혀 없다.
두 방송사는 14일 새 일일드라마 <굳세어라 금순아>와 <어여쁜 당신>으로 맞대결을 이어간다. 과연 후속 드라마들은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문화방송 <굳세어라 금순아>(이정선 극본, 이대영 연출)는 어린 과부 금순의 굴곡진 삶을 경쾌한 터치로 그려 나간다. 할머니 밑에서 어렵게 자란 금순은 좋아하던 오빠와 21살에 결혼하지만 곧 남편을 의료사고로 잃고, 홀로 아이를 키우기 위해 미용사로 열심히 살아간다는 내용이다. 여기에 출생 비밀, 삼각관계 등이 빠지지 않는데, 금순이 남편을 죽게 한 의사와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은 시청자들의 반발이 예상되기도 한다.
후속작들도 자극적 소재는 여전 가족드라마 취지 살릴지 주목
한국방송의 <어여쁜 당신>(박정란 극본, 이민홍·이정섭 연출)은 이혼과 불임, 고부갈등을 주 소재로 다룬다. 초등학교 동창인 인영과 기준은 결혼 뒤, 고부갈등과 불임으로 이혼하지만 부부 관계는 계속한다. 그러나 인영이 또 다른 남자 재민과 결혼을 약속한 뒤, 기준의 아이를 임신하고 기준은 이미 재혼을 한 상태다. 얼개는 정통 스타일의 일일극이지만, 끊임없이 비판을 받아온 이야기 구조와 소재를 담은 터라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MBC ‘굳세어라 금순아’ 한혜진
“꿋꿋한 금순이역 연기 욕심”
탤런트 한혜진(24)이 <굳세어라 금순아>에서 어린 과부 금순이를 맡았다. 얼마 전 종영한 아침드라마 <그대는 별>에서 인경이라는 반듯한 여성 역을 맡았던 그에게 이번 드라마는 연기 변신의 장이다.
“주위에서 다른 역할을 해보라고 권했는데, 엉뚱하고 맹랑하면서도 꿋꿋한 금순이가 바로 그런 캐릭터예요.”
더구나 한혜진은 자신이 인경과 금순의 성격을 반씩 갖고 있다며 자신감을 표현했다. 엉뚱과 맹랑은 지난 3일 촬영한 결혼식 장면에서 남김없이 드러났다. 웨딩드레스를 입은 금순이 발을 잘못 디뎌 ‘큰 대’자로 넘어지는 장면이었다. 10여 차례 되풀이된 넘어지는 연기 뒤에도 한혜진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신있는 모습의 금순이 역에 욕심이 났고 잘 할 자신이 있다”고 당차게 말했다.
연출자 이대영 피디는 “이미지나 연기력 모든 면을 고려했을 때, 어려움 속에서도 강하고 진실한 금순이의 모습을 가장 제대로 표현해낼 수 있을 연기자가 한혜진”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방송 연기대상 신인상을 받은 한혜진이 지금껏 장서희, 이다해 등 많은 주인공들을 스타덤에 올려놓은 문화방송 일일드라마에서 얼마나 성숙한 연기력을 보여줄 지 기대된다.
KBS ‘어여쁜 당신’ 이보영
“주옥같은 대사가 입에 딱”
“부담반 기대반이지만, 걱정보다는 이 드라마가 끝날 때쯤 더 많이 나아져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장면이 너무 많아 연기가 쑥쑥 늘 것 같거든요.”
<어여쁜 당신>의 주인공 인영은 탤런트 이보영(26)이 연기한다. 시청자들에게 아직까지 광고 모델로 더 익숙한 그는 최근 주말드라마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에서 얼굴을 알린 초보 연기자에 가깝다.
그는 첫 주연을 맡은 것 같지 않은 여유로움을 보여주며 오히려 “주옥같이 예쁜 대사가 입에 딱 맞는다”고 드라마 자랑까지 덧붙였다. 불임과 이혼 등 소재가 거리감 있지 않느냐는 물음에도 “상황이 이해되면 표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당차게 답했다. 캐릭터와 관련해선 “매력적이고 현실적이며 당찬 생활력도 갖고 있어 언젠가는 꼭 해보고 싶은 역할이기도 했다”고 했다.
이보영은 “시청자들의 사랑이 제겐 뛸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달리다 지쳐 목이 마르면 마실 수 있는 물이 된다”며 “20대 초반부터 어르신들까지 모두가 감동 받을 수 있는 드라마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미스코리아·슈퍼모델 입상 경력으로 2003년 연예계에 데뷔한 이보영의 연기가 어떤 빛을 낼지 눈길이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