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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생 배우, 퇴마사가 되다, <콘스탄틴>의 키아누 리브스
옥혜령(LA 통신원) 2005-02-14

<콘스탄틴> 시사회장에서 만난 키아누 리브스

키아누 리브스는 모범생이다. 숙제가 주어지면, 열심히, 최선을 다해 준비하는 모범생. 그래서 그에게선 모범생의 성실함과 모범생의 뻣뻣함이 함께 묻어난다. 확실히 동물적인 감각으로 연기하는 혹은 넘쳐 흐르는 끼를 주위에 전염시키고야 마는 그런 종류의 스타는 아니다. 온갖 농담이 오가는 정킷 현장에서도 영화에 대한 질문이 아니면 대답하지 않는다는 진지함으로 알려진, 배우다. 그에게는 좀체 열어 보이지 않는 갑각류의 껍질이 있는 것만 같다. 그래서일까. 허무함이 약간은 묻어나던 <아이다호>에서건, 넷 시대의 쿨한 아이콘이 되고만 <매트릭스>에서건, 키아누는 키아누로 보인다, 고들 이야기한다. 다만 무소불위의 영웅, 네오보다는 <콘스탄틴>의 위태위태한 퇴마사 콘스탄틴이 그의 가느다란 실루엣과 이방인 같은 외모 속에 감춰진 속살을 언뜻언뜻 보이는 것도 같다. 역시나 검은 양복과 구레나룻으로 온통 가리고 성큼성큼 인터뷰장에 들어선 그의 얼굴이 유난히 상기되어 있다.

-영화 사전 준비를 상당히 많이 했다고 들었다. 엑소시스트에 대한 리서치도 특별히 했나.

=실제로 엑소시스트를 만났다. 최근에 치료한 사람 이야기라든가, 일할 때 눈을 감는지 뜨는지, 어떤 옷을 입는지 등 세세한 것에 대해서 많이 물었다. 그 밖의 큰 줄기는 시나리오에 따랐다. 콘스탄틴의 엑소시즘에 스타일이 있다면 일상적이라는 거다. 쓰레기를 내다버리는 일상의 행위처럼 그에게는 그저 해야만 하는 일이다.

-원작에서 콘스탄틴은 영국 사람인데 특별히 고려한 점이 있나.

=내가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는 이미 다른 모습으로 바뀌어 있었다. 영국 사람이든 미국 사람이든 콘스탄틴의 정수를 잘 지켜냈다고 팬들이 인정해주기를 바란다. 열심히 일하고, 하드 보일드하고, 시니컬하고, 허무적이고, 지치고, 화나고, 삐딱한, (그리고 쿨하기도 한), 사나이 콘스탄틴이야말로 영화의 핵심이니까.

-이 영화는 우리가 사는 세상과 선과 악 혹은 영성에 대해서 언급한다. 개인적으로 영화가 시사하는 바가 있나.

=물론, <콘스탄틴>은 종교성과 세속성에 관한 영화다. 하지만 콘스탄틴은 선과 악이라는 추상적이고 외부적인 힘을 인간적으로 내면화하는 인물이다. 그리고 결단력을 가지고 선을 추구한다. 그게 마음에 든다. 나만 해도 때때로 악한 마음 때문에 좌절하기도 하고, 내 속의 속물 근성을 외면하기도 하는데…. 난 여전히 이렇게 약한 사람이고 싶다. (웃음) 그런 의미에서 콘스탄틴은 영적이라기보다는 인간적이다. 콘스탄틴이 무슨 일을 하고, 어떻게 되는가 하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인간적인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인간적인 자각이 영성을 이야기하기 전에 앞서야 하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이 영화의 캐릭터를 연기하는 데 영향을 끼친 일은 없었나.

=사생활이 일과 얽히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관객이 영화를 보면서 내 사생활을 떠올리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

-레이첼 와이즈가 당신을 ‘상처받은 과거’를 지닌 ‘신비스러운’ 인물이라고 하던데.

=고마워. 레이첼. (웃음) 상처받은 과거라… 레이첼의 ‘상처받은 과거’는 어떡하고? 레이첼의 미스터리는? (웃음)

-레이첼 와이즈와는 <체인 리액션>에서도 함께 출연했다. 두 번째 함께 일한 소감은? 레이첼은 언급하지 말자고 하던데. (웃음)

=음… <체인 리액션>을 함께했던 사람들은 정말이지 (부시 대통령의 말투를 흉내내며) ‘열심히 일하는, 좋은 사람들’이었다. (웃음) 두 번째라 별다른 점은 없었고, 서로 좋아하니까 같이 즐겁게 일했다.

-<매트릭스>에서나 <콘스탄틴>에서, 그리고 오늘도 블랙 의상을 입고 있는데, 의상에 대해 특별히 신경쓰나.

=이틀 전에는 브라운을 입었는데. (웃음) 개인적인 의도라기보다는 콘스탄틴이 하드 보일드, 필름누아르의 탐정 역, LA의 전통을 계승하는 캐릭터이기 때문일 것이다. 원작에서도 영국 사립탐정의 흔적이 있었고. 한편 블랙·화이트 의상은 또한 성직자의 의상이기도 하다. 장르영화에서 블랙 의상은 전통적인 영웅의 아이콘이다.

-<매트릭스>처럼 속편이 만들어질까.

=감독이랑 모두 <콘스탄틴> 작업시 상당히 즐겁게 일했다. 다시 일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속편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일단 극장 흥행 상황을 봐야 하고 결국은 제작자가 결정할 문제니까.

촬영 짬짬이 쉬는 시간에도 6∼7개의 저널을 펼쳐놓고 캐릭터 연구를 했다는 키아누 리스브의 ‘콘스탄틴’. 마블 코믹스에 바탕한 영화답게 영화의 모든 캐릭터들이 스테레오 타입에 충실한지라 그가 자신의 매력을 흠뻑 드러내기엔 태생의 한계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예민한 촉수를 숨긴 듯 세운 채 한마디한마디 시종일관 신중하게 대답하는 키아누 리브스의 모습에서 세상의 정의가 아니라, 자신의 구원을 위해 열심히 퇴마사로 살아야 하는 콘스탄틴의 절박함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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