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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설 특별 프로그램 [3] - DVD ①
조성효 2005-02-04

DVD 타이틀의 명품, 크라이테리언 컬렉션의 모든 것

‘중요한 고전 및 현대영화의 지속적인 시리즈.’ 크라이테리언 컬렉션 DVD의 모든 광고와 타이틀 패키지에 표기된 캐치프레이즈다. 이것은 크라이테리언 컬렉션의 특징을 가장 잘 함축하고 있는 표현이다. 컬렉터들로부터 최고의 DVD로 인정받는 크라이테리언 컬렉션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알아보자. 또한 예술영화에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저예산 B급 호러영화에 이르는 다양한 라이브러리를 구축하고 있는 크라이테리언의 색깔있는 12편의 타이틀을 발매 순서대로 소개한다.

DVD에 막 입문한 팬들이 커뮤니티 게시판 등지에 질문하는 내용들 가운데 가장 흔한 것이 바로 ‘크라이테리언이란 무엇인가’이다. 정말 크라이테리언 컬렉션은 무엇인가? 전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LD와 DVD 제작업체로서 최고라는 평판을 받고 있는 그 이름. 그리고 그 이름표가 붙은 DVD는 일반 타이틀의 배에 가까운 가격이 책정되고, 많은 마니아들에게 그 이름이 새겨진 DVD 컬렉션을 자신의 진열장에 차곡차곡 채우는 공통된 꿈을 갖게 하는 이름. 심지어 인터넷상에는 크라이테리언의 DVD만을 판매하는 전문 쇼핑몰이 등장하기까지 했으니 과연 대단한 이름값이라고 할 수 있다.

20년 전 보이저 발매 LD판에서 시작

크라이테리언 컬렉션은 방대한 영화 보유고로 유명한 제이너스 필름과 보이저 프레싱이 합작한 보이저 컴퍼니의 고유 레이블이다(현재는 홈비전엔터테인먼트와 합작). 이 컬렉션은 모든 영화팬들이 소장하고 감상할 만한 엄선된 작품을 최상의 사양으로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그 역사는 DVD가 나오기 한참 전부터 시작되었다. 크라이테리언 컬렉션의 이름을 달고 출시된 최초의 작품은 1984년 LD로 발매된 오슨 웰스의 <시민 케인>으로, 첫 출시작이 영화사상 가장 중요한 작품 가운데 한편이라는 사실은 이 시리즈의 방향이 무엇인가를 충분히 짐작게 한다. 크라이테리언의 명성은 초기 출시작부터 곧바로 알려지기 시작했는데, 오디오 코멘터리를 최초로 도입하였으며 프레임별 감상이 가능한 LD의 매체 특성을 활용하여 정지 화상 갤러리나 텍스트 자료를 추가함으로써 작품에 대한 좀더 심도 깊은 이해를 가능하게 했던 것이다. 이러한 제작방식은 다른 출시사로부터 ‘미친 짓’이라는 야유를 받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마니아가 이끌고 있던 LD시장에서 압도적인 반응을 얻게 되었다. 우리가 흔히 ‘스페셜 에디션’ 또는 ‘컬렉터스 에디션’이라고 부르는 포맷을 크라이테리언은 이미 20여년 전에 개발해냈던 것이다. 이렇게 독창적이고 강력한 사양은 크라이테리언 컬렉션을 고급 LD의 대명사로 만들었다.

또한 크라이테리언 컬렉션은 까다로운 작품 선정을 통해 소장의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영화만을 엄선, 자신들의 작품 목록을 만들어나갈 뿐 아니라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많은 영화들의 원판 가운데 가장 양질의 필름만을 이용하여 여타의 타이틀과 확연하게 구별되는 음질과 화질을 제공하는 것으로도 그 명성이 높다.

최초로 제대로 된 특별판의 시초

예술영화만을 고집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흥행성만을 중점으로 두고 판단하지도 않는 크라이테리언의 작품 선정은, 컬렉션에 포함된 영화를 정말 한번 이상 볼 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게끔 한다. 구로사와 아키라, 앨프리드 히치콕, 마이클 파웰, 세르게이 에이젠슈테인, 장 르누아르 등 고전이나 영화사적으로 중요하게 평가받는 작품들은 물론, <쎄븐>이나 <트레인스포팅>과 같은 동시대의 감각을 다룬 최근작이나 <로보캅> <더 록> <아마겟돈>으로 대표되는 할리우드의 블록버스터, <북극의 나누크> <도쿄 올림픽> 등의 다큐멘터리, <블러드 포 드라큘라>와 같은 고어 계열이나 소프트 포르노급의 의외의 작품들도 당당히 입성에 성공하는 것이다. 이들 가운데에는 LD에서 DVD로 시장이 전환됨에 따라 다른 출시사에서 새로 나오거나 판권 만료로 볼 수 없게 된 타이틀도 있지만, 1997년 DVD 시장 진출 뒤 겪었던 약간의 시행착오를 제외하면 크라이테리언이라는 이름 자체는 아직도 DVD 팬과 수집가의 절대적인 지지와 신뢰를 얻고 있다.

크라이테리언은 최상의 화질과 음질을 위해 DVD 제작용 마스터를 직접 뽑는 것으로도 유명한데,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많은 영화들의 필름 가운데 가장 양질의 것만을 이용하여 고퀄리티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크라이테리언 컬렉션은 다양하고 깊이있는 스페셜 피처는 물론 ‘극장에서 보는 것과 똑같은’이라는 구호를 내세웠던 LD시장 때부터 화질과 사운드 면에서는 이미 정평을 받아왔다. 출시 예정일을 종종 연기하는 것은 팬들로서는 짜증스러울 따름이지만 상태가 좋은 원본 필름을 입수하기 위해 몇년이고 발로 뛰고 끈기있게 기다린다는 크라이테리언의 경우만큼은 오히려 완성된 결과물에 대한 기대감을 표하는 팬들이 더 많다.

원본에 대한 충실한 재현

무엇보다도 풍부하고 그 질에서 확연하게 뛰어난 스페셜 피처야말로 크라이테리언 컬렉션을 수집가들이 제일로 치게 만드는 이유일 것이다. 다른 출시사의 타이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영화 홍보용 영상이 아닌, 실제 영화를 완벽히 이해하고 제작 과정의 실질적인 뒷이야기를 알 수 있는 크라이테리언의 부록은 대부분 새롭게 제작된 오리지널이며, 이 컬렉션의 독보적인 특성이다. 특히 크라이테리언에서 화질과 음질을 유지한 상태로 풍부한 부록의 수록이 가능하도록 고안한 더블 피처 방식은 현재 DVD 시장에서 특별판 또는 감독판에 흔하게 사용되고 있는 방식으로 감상자를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그들의 제작 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단면이다. 물론 지금에 와서는 너무나 흔하고 당연한 사양이 되어버렸지만 크라이테리언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아직도 텔레비전 사이즈에 맞추어 필름의 절반이 잘려나가고 잡티가 날리는 영화를 DVD로 보고 있을지도 모르는 것이다. 2∼3장의 디스크가 수록된 크라이테리언의 박스 세트 LD는 고가의 타이틀로서 나름의 악명도 있었지만, 이제는 10∼20달러 정도의 저렴한 가격으로도 그에 준하는 DVD를 대중적으로 즐길 수 있게 된 환경은 크라이테리언의 이러한 선구자적 제작 방식에 큰 빚을 지고 있는 것이다.

DVD를 경제적인 이익의 창출을 위해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 가치가 뛰어난 영화들의 보존을 위해서라고 말하는 크라이테리언 컬렉션. 인기있는 영화라면 감독판, 무삭제판, 기념판 등 각종 수식어를 붙여가며 재발매를 반복하는 다른 제작사들과는 달리 단 한번의 발매로 컬렉션을 차곡차곡 채워나가는 크라이테리언의 모습이야말로 DVD 마니아들의 강한 신뢰를 얻게 된 이유일지도 모른다. 장인정신에 가까운 자부심과 함께, 영화와 관객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타이틀을 만든다는 크라이테리언의 정책이 DVD 한장에도 마음 깊이 감동하는 마니아들을 양산하게 된 것이 아닐까.

크라테리언 컬렉션을 구입하려면?

아마존과 디브이디플레닛 이용하세요!

신용카드 사용이 가능하다면 amazon.com과 dvdplanet.com을 고려해보자. dvdplanet.com(왼쪽)의 경우 과거 켄 크레인 시절부터 크라이테리언사와의 계약에 의해 레이저디스크 및 DVD를 최고의 할인율로 판매해왔다. 현재 이곳이 제시하는 할인율은 예약타이틀 및 재고타이틀 할 것 없이 동일하게 35%이다. amazon.com(오른쪽)의 경우 출시된 지 시일이 경과한 타이틀은 10% 정도의 할인만을 제공하지만 출시예정타이틀을 빨리 예약할 경우 최고 30%까지 할인된다. 운송료를 비교해보면 dvdplanet은 최초 타이틀이 8달러이고 한장 추가시마다 3달러를 요구하지만 amazon.com은 최초 6.48달러에 장당 2.5달러가 추가된다. amazon.com은 STL이라 불리는 Share the Love 시스템이 있어 서로 등록된 네티즌들끼리 동일 타이틀 구매시 추가 D/C를 받을 수 있다. 즉 이미 출시된 타이틀을 소량 구매할 때에는 dvdplanet.com이, 출시예정 작품을 다량 구매할 때에는 amazon.com이 유리하므로 비교해보는 것이 좋다. 배송사고 발생시 처리는 amazon.com이 좀더 깔끔한 편이다. 구매액이 운송료를 포함하여 15만원을 초과하면 세관통관시 관세를 지불해야 하므로 유의하기 바란다. 영어와 친하지 않다면 캐나다 소재의 한글 사이트인 mydvdbox.com와 국내에서 해외 DVD의 구매대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papadvd.co.kr를 추천한다.

크라이테리언에 버금가는 DVD 제작사

우리도 만만치 않아요!

제작기술이 발전하면서 DVD 퀄리티는 상향 평준화되었지만 고전영화들에 대한 복원의지나 DVD 부록에 대한 기획 등을 고려하자면 크라이테리언에 필적할 만한 업체는 거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년 전부터 자사의 고전영화 복원에 노력을 기울여온 워너브러더스는 칭찬받을 만하다. <마이 페어 레이디>의 복원상태는 과연 크라이테리언이라도 가능하였을까 의심스러울 정도였으며 막스 브러더스 컬렉션이나 필름누아르 컬렉션 등의 예상치도 않았던 작품들을 출시하고 있다. 단 가끔 <베니스에서의 죽음>처럼 복원은 잘하고도 부록을 좀더 추가한 2장짜리 타이틀들을 유럽에만 출시한 것은 감점요인이다.

그외 고전영화나 아트영화를 괜찮은 퀄리티로 지속적으로 출시해주고 있는 영국의 bfi와 유레카 그리고 고전보다 모던클래식영화들을 주로 출시하는 아티피셜 아이가 있다. 특히 <부초>의 DVD 화질은 과도하게 짙은 색감의 크라이테리언보다 아티피셜판이 더 낫다. 프랑스에서는 프랑수아 트뤼포나 클로드 샤브롤,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 등의 박스 세트를 출시하고 있는 mk2가 고전과 최근작을 꾸준하게 출시하고 있다. <장비고 컬렉션>이나 <판토마> <엘도라도> 등의 작품을 출시한 구몽영화사의 복원 노력도 인상적이다. 비디오와 동급의 퀄리티에서 <메트로폴리스>와 <니벨링겐> 등의 출시로 환골탈퇴한 키노 비디오도 이젠 주목할 만하다.

글: 양광모/ 호러익스프레스